“야구를 정말 멋있게 하더라”-“내가 생각하고 있는 뛰는 야구를 먼저 생각하고 실행하셨던 분 아니신가”.
터울이 큰 대학교(고려대) 선후배 사이인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접점이 없는 두 지도자였으나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따뜻했다. 승패에 있어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지만 선후배가 상대방을 서로 높였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과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상대방의 야구를 높이 평가하며 존중했다.
넥센은 2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NC전에서 연장 11회초 터진 김민우의 3타점 싹쓸이 결승타를 앞세워 6-4로 승리했다. 넥센은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 28승13패(29일 현재)를 기록하며 최근 3연승으로 우천 휴식을 취한 2위 삼성과의 격차를 1경기 차로 벌여놓았다.

반면 NC는 선발 에릭 해커의 7이닝 2실점 호투에도 불구, 고질적 약점이 된 계투 취약 현상으로 인해 끝내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NC의 시즌 전적은 14승2무27패. 최근 2연패에 안방 4연패다. 순위는 1위와 8위로 간격이 크지만 연장까지 흘러갔을 정도로 대단한 접전이었다.
경기 전 김 감독은 강력해진 넥센의 야구를 보며 “염 감독이 야구를 정말 멋있게 하더라”라며 칭찬했다. 특히 25일 목동 롯데전에서 김민성의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끝내기타 4-3 승리를 거둔 것은 김 감독을 매료시켰다. 2000년대 후반 ‘발야구’ 전략을 펼쳤던 감독인 만큼 뛰는 야구를 적극 권장하는 염 감독의 야구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준 김 감독이다.
다만 김 감독은 지난해 신인왕 서건창의 페이스 저하를 걱정하며 뛰는 야구 표방 속 선수들의 체력 및 부상 예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두산의 원조 육상부였던 이종욱-고영민이 활발하게 뛰다 부상으로 인해 주춤했던 일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끼는 후배가 큰 어려움 없이 자신의 야구를 펼치길 바랐다.
“준족인 서건창의 최근 페이스가 떨어진 것 같더라. 도루라는 것이 워낙 체력 소모가 크고 부상 위험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예전 이종욱과 고영민도 열심히 뛰다 부상으로 인해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 않은가. 이 부분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김 감독에 대한 염 감독의 존경심도 곰살맞다. 염 감독은 “김 감독님께서 저를 많이 아끼신다”라며 웃은 뒤 "뛰는 야구를 먼저 생각하고 실행하셨던 분“이라는 말로 존경의 이유를 밝혔다. 넓은 잠실구장에서 발 빠른 중거리 타자와 준족을 앞세운 야구로 돌풍을 일으켰던 점이 그 이유다.
“뛰는 야구를 먼저 선보이시면서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셨다. 구장과 팀 컬러의 조화를 잘 이용하셨지 않은가”. 서로의 야구에 대한 존중 속 선후배는 더욱 돈독한 정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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