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에게서 리오스의 향기가 난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5.30 14: 20

“상체의 힘이 좋아서 묵직하게 던진다. 도망가는 투구도 아니고”.
기량과 팀 융화에 있어 탁월했던 에이스의 기억이 새로운 투수의 공에 담겼다. 찬찬히 뜯어보니 6년 전 리그를 평정했던 투수의 모습도 얼핏 보인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이 찰리 쉬렉(28)을 보며 2007시즌 두산 재임 시절 에이스로 활약한 다니엘 리오스를 떠올렸다.
찰리는 올 시즌 9경기 2승3패 평균자책점 3.05로 외국인 투수 세 명 중 가장 안정적인 경기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당초 아담 윌크, 에릭 해커와의 비교 속 아담에 이은 2옵션으로 예상되었던 찰리지만 150km을 상회하는 직구에 다양한 변화구를 자랑하며 에이스 노릇을 해내는 찰리다.

29일 넥센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에게 “찰리와 리오스의 투구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라는 말을 건넸다. 일반적인 서클 체인지업보다 낙폭이 큰 것은 세스 그레이싱어(전 KIA, 지바 롯데)와도 닮았으나 달아나지 않고 빠른 템포로 공격적인 투구를 펼친다는 점은 리오스와도 닮았다. 그러자 김 감독도 "나도 비슷하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2002년 KIA 소속으로 한국 땅을 처음 밟은 뒤 2005시즌 중 두산 이적에 이어 2007년까지 한국 무대에서 활약한 리오스는 6시즌 동안 총 90승을 올렸던 우완이다. 2008시즌 야쿠르트로 일본 이적한 뒤 약물 검출로 인해 퇴출되며 야구팬들에게 ‘용두사미’가 된 리오스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만큼은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투수였다. 2007시즌에는 22승을 올리며 현재까지 한국 프로야구 사상 마지막 20승 투수로 기록을 남겼다.
김 감독이 가장 마음에 들어했던 투수도 바로 리오스였다. “선수생활의 끝이 안 좋았으나 기량은 물론이고 동료들과 함께 하는 열정도 뛰어났다. 함께 뛰던 맷 랜들도 리오스로부터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아 고마운 투수였다”. 그 리오스의 모습을 찰리가 순간순간 재현하고 있으니 반가울 법 했다. 시범경기서부터 찰리는 리오스의 투구 패턴과 비슷하다는 평을 받았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찰리도 상체 힘이 좋아 리오스처럼 힘 있게 공을 던지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공격적으로 던지는 데다 투구 템포가 빠른 만큼 야수들에게도 힘을 주는 투수로 볼 수 있겠다”. 한국무대에서 다시 볼 수 없는 리오스의 모습을 찰리를 통해 발견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은 김 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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