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에는 공수를 겸비한 뛰어난 외야수들이 적지 않지만, 수비능력 하나만을 놓고 본다면 입을 모아 이승화(31)가 최고라고 말한다. 빠른 발과 정확한 타구판단, 강한 어깨, 여기에 노련한 펜스플레이까지 모든 것을 갖춘 외야수다.
이승화가 원정경기를 나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펜스에 야구공을 던져보는 것이다. 여러 각도에서 공을 던져보고 반사되어 나오는 공의 위치를 머리에 입력해놓는다. 실전에서 완벽한 펜스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다. 수비에서의 사소한 습관이지만 그 결과는 결코 작지 않다.
29일 사직 두산전에서 이승화는 287일만의 1군 선발 복귀전을 치렀다. 그날 경기에서 그는 멋진 외야수비에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김시진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데 성공한다. 1-0으로 앞선 5회 1사 1루에서 양의지는 좌중간 깊숙한 타구를 날렸고, 이승화는 마치 정면으로 오는 뜬 공이라도 처리하듯 여유있게 이 타구를 처리했다. 쉬워 보이지만 타구의 속도나 방향을 고려했을 때 결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타구가 아니었다.

그리고 30일, 이승화는 다시 선발 좌익수로 출전했다. 일단 이승화는 타석에서 빛났다. 이틀 연속 2안타에 1볼넷 2타점 1도루로 펄펄 날았다. 타격 내용도 영양가 만점이었다. 3회 1사 3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치더니 4회에는 무사 만루에서 달아나는 쐐기 타점까지 더했다. 승부처에서 터진 이승화의 방망이 덕분에 롯데는 두산전 3연승으로 4위까지 점프했다.
타격보다 더 빛난 것이 외야에서의 호수비다. 0-0이던 2회 무사 1루에서 윤석민은 송승준의 커브를 받아쳐 좌익수 쪽으로 날아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린다. 그의 타구는 펜스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고 그 순간까지 안타가 될 것으로 보였다. 그 순간, 재빠르게 공을 쫓아 온 이승화는 새처럼 몸을 날려 펜스쪽 파울라인에서 공을 낚아챈다.
이승화의 주력과 순발력, 그리고 타구판단이 만들어 낸 환상적인 수비였다. 공을 잡고난 뒤 보여준 후속동작은 더욱 놀라웠다. 아무렇지도 않게 펜스에 몸을 부딪혀 충격을 분산시키고 공을 커트맨에게 송구했다. 눈을 감고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사직구장 외야를 머릿속에 넣어 뒀기에 가능한 수비였다.
이승화는 완벽한 수비에 멀티히트 활약까지 펼치며 롯데 좌익수 자리에서 최고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작년 팀 선배 박준서가 긴 침묵을 깨고 팀의 주축선수로 도약한 것처럼 이승화에게도 올해 기회가 왔다. 만년 유망주로만 머물러 있던 이승화가 또 하나의 인간승리 스토리를 쓰기 시작했다.
cleanupp@osen.co.kr
부산=민경훈 기자,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