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 LA 다저스)이 타격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에서 뛰면서 류현진의 타격은 시즌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게 사실.
다저스 선발진의 한 축을 맡으며 6승 2패(평균자책점 2.89)로 순항 중인 그는 타율 2할5푼(24타수 6안타) 2타점으로 기대 이상의 방망이 솜씨를 과시 중이다.
류현진이 타석에 들어설때면 한 방이 터질 것 같은 믿음이 생길 정도다. "투수가 아닌 타자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어도 성공했을 것"이라는 한 야구인의 농담이 허투루만 들리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동산고 시절 류현진과 원투 펀치를 이뤘던 김기태(삼성 투수)는 30일 "초등학교 때부터 현진이를 봤었는데 방망이에 소질이 있었다"며 "고등학교 때 3년간 함께 지내면서 현진이가 타격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드러냈었다. 큰 체구에도 컨택 능력이 뛰어났고 지금처럼 밀어치는 게 능했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큰 체구에서 뿜어 나오는 장타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김기태는 "현진이는 힘이 좋아 타구를 정말 멀리 보냈다. 장타 능력 만큼은 팀내 타자 가운데 단연 최고였다"고 엄지를 세웠다.
그렇다면 류현진이 프로 무대에서 투수가 아닌 타자를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김기태는 다소 조심스럽게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타격 재능도 뛰어났지만 투수로 월등히 잘 했으니 타자보다 투수가 당연히 더 나은 선택인 것 같다".
그가 바라보는 류현진은 속된 말로 '넘사벽' 같은 존재다. "원래부터 대단했다. 같이 운동하면서 느낀 게 투수, 타자 가릴 것없이 다 잘했다. 성격 또한 지금과 변함없다. 안 좋은 기억은 빨리 떨쳐내는 편이었다. 하지만 지는 건 정말 싫어했다. 예를 들어 A라는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다면 다음 대결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잡아낸다. 승부 근성이 대단한 친구다".
김기태는 "현진이에 대해 안좋은 이야기가 나올 게 전혀 없다. 워낙 완벽했으니까. 고등학교 때 함께 야구했던 친구니까 잘 던지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고 항상 잘 되길 바란다"고 류현진의 건승을 기원했다.
그는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과 이름이 같다. 김기태 감독은 1994년 홈런왕, 1997년 타격왕 출신이다. 현역 시절 한국프로야구의 대표적인 강타자로 활약했다. 그러다 보니 투수 김기태는 어려서부터 "이름에 걸맞게 야구를 잘 해야겠다"는 농담을 많이 접했을 수 밖에 없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면 김기태 감독님만 나오고 내 이름은 전혀 나오지 않는 걸 확인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내 이름도 검색하면 쉽게 나올 수 있도록 야구를 잘 하자는 다짐을 했다"고 밝혔던 김기태.
아직까지 기대 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류현진과 함께 각자의 무대에서 최고가 되는 게 그의 한결같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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