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사경을 헤매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랑스러운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아빠를 ‘딸 바보’로 만든다. 말은 또 어찌나 또랑또랑 잘하는지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정확하게 표현해 아빠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여러 번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천명’(최민기 윤수정 극본, 이진서 전우성 연출)의 최랑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같은 모습은 아역배우 김유빈으로 인해 생명력을 얻는다.
지난 30일 방송된 ‘천명’에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방송에서는 세자 독살 기도 누명을 쓴 최원(이동욱 분)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과정이 그려진 가운데, 그의 다급함과는 별개로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아빠에게 하염없이 애정 표현을 하는 최랑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극이 중반부에 다다른 현재 최랑은 초반 아픈 몸으로 인해 아빠에게 투정을 부리던 모습과 달리 애교스러운 태도로 최원의 마음을 흠뻑 적신 상태.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최원의 목숨은 경각에 달리며 부녀 사이의 안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최랑은 아빠의 사정도 모른 채 천진난만함의 끝을 달렸다. 세자 독살을 사주한 증거인 처방전의 행방을 좇으려 잠행하는 아빠를 뜬눈으로 기다리고, 또 다시 시작된 세자 살해 모의 현장에 아빠를 보기 위해 겁 없이 등장하는 등 긴박감이 고조된 ‘천명’에 떼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애틋함의 정서를 더했다.
그리고 이 같은 분위기는 아역배우 김유빈의 호연 덕을 톡톡히 본다. 그는 심비혈허(백혈병)를 앓으며 사경을 헤매고 그 원망을 아빠에게 쏟아내다 품에 파고드는 등 최원이 이토록 사랑스러운 딸의 곁을 지키게 하는 천명(天命) 그 자체가 된다.
앞서 그는 지난해 MBC 드라마 ‘애정만만세’에서 천연덕스러운 사투리 연기와 깜찍한 모습으로 주목받더니, ‘천명’에서는 이 같은 모습에 애절한 눈물연기까지 보태 성인연기자 못지 않은 감정신을 무리 없이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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