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김승회, 친정의 명치를 때리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5.31 06: 29

스토리가 있어서 흥미로운 것이 야구다. 한 선수가 특정 구단에 강한 것만으로도 이야깃거리가 되지만, 만약 그 선수가 친정팀을 상대로 더욱 강하다면 주목을 해 볼필요가 있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김승회(32)는 2003년 두산 베어스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배명고-탐라대를 졸업한 김승회는 체구는 크지 않지만 온 몸을 이용해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며 프로에 안착했다. 그리고 2012년, 김승회는 선발로 전환하며 데뷔 후 가장 많은 120⅓이닝을 던져 6승 7패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한다. 1프로야구 선수생활 동안 가장 빛나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10년동안 몸 담았던 두산을 떠나게 된다. 두산이 FA 시장에 나온 홍성흔을 롯데로부터 영입하면서 그 보상선수로 유니폼을 갈아입게 된 것. 두산은 롯데가 야수를 지명할 것이라고 예상, 김승회를 보호선수 명단에 묶지 않았고 롯데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롯데에 와서 김승회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마당쇠 역할을 하고 있다. 당초 5선발로 기대를 모았지만 선발로는 2경기 2패만을 당했고 지금은 중간계투로 활약하고 있다. 18경기에 출전, 승리 없이 3패 2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59가 그의 현재 성적이다.
하지만 두산을 만나면 그는 특급투수가 된다. 두산전 4경기에 등판한 김승회는 10⅔이닝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시즌 피안타율은 2할6푼이지만 두산전 피안타율은 8푼6리로 무서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두산과의 홈 3연전에서 김승회는 친정팀을 울리게 된다.
김승회는 이번 3연전에서 2번 등판해 4⅔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거뒀다. 28일에는 선발 김수완이 무너지자 그 뒤를 이어 2이닝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틀어막아 승리의 디딤돌을 놓더니 30일에는 결정적인 위기 순간 마운드에 올라 2⅔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30일 경기에서의 김승회는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가 장판파를 홀로 막고서서 조조의 100만 대군을 맞상대하는 걸 떠올리게 했다. 롯데는 경기 초반 두산 선발 김승회를 두들겨 7-2까지 점수를 벌리며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갔다. 하지만 6회초 선발 송승준이 무너졌고 불을 끄기위해 나온 강영식도 안타 2개로 4실점을 해 7-6까지 쫓겼다.
한 점차, 1사에 주자는 3루에 나가 있는 상황. 땅볼이나 외야 뜬공이면 경기는 동점이 되고 두산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갈 위기에 김승회가 등판한다. 김승회는 첫 타자 민병헌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급한 불을 껐다. 두산의 클린업트리오인 김현수와 홍성흔은 어렵게 승부하다 둘 다 볼넷을 내줬지만 2사 만루에서 윤석민을 내야땅볼로 잠재워 귀중한 리드를 지켜낸다.
이후 2이닝은 거침없이 던졌다. 앞선 두 경기에서 롯데 불펜은 소모가 심했던 상황, 김승회는 7회와 8회 뜨겁게 달아올랐던 두산 타선을 안타 1개만 허용하면서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역투하는 김승회 앞에서 두산 타선을 손 써볼 새도 없이 9회로 갔고, 여기서도 마무리 김성배를 공략하지 못했다.
두산만 만나면 힘을 내는 김승회, 두산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부메랑 돼 돌아왔다. 부산 원정길에서 두산은 김승회에 가로막히며 속절없이 3연패를 당해 4위 자리를 롯데에 내줬다.
그럼에도 김승회는 담담한 표정이다. 경기 후 그는 "두산을 상대한다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다. 모든 구단을 상대로 똑같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그렇게 말해도 그는 두산을 향해 보란듯이 묵직한 돌직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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