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다. 롯데 자이언츠 이진오 수석 트레이너의 위기 대처 능력이 빛났다.
지난 30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두산전. 롯데의 2번 2루수로 선발 출장한 정훈(26)은 선두 타자 홍성흔의 1루 측 파울 타구를 쫓아가다 익사이팅존 구역 펜스에 머리를 강하게 부딪혔다. 이 트레이너는 그라운드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당시 정훈은 뇌진탕 증세로 인해 눈이 돌아간 상태.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이 트레이너는 1분 1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구급차를 기다리는 것보다 들 것을 들고 그라운드로 빠져 나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야구장 인근에 대기 중인 구급차가 그라운드 안에 진입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 구급차에 대기 중인 병원 직원에게 시동을 걸고 준비해달라는 연락을 취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구단 지정 병원 대신 사직구장에서 가장 가까운 부산의료원으로 향했다.
정훈은 부산의료원에서 CT 촬영을 한 뒤 한 차례 고비를 넘긴 걸 확인하고 구단 지정병원인 해운대 백병원으로 옮겨 MRI 촬영을 했다. 당시 이 트레이너는 이미 퇴근한 MRI 담당 직원에게 연락해 급히 와줄 것을 요청했다. 정밀 검사 결과 머리와 목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의 한 관계자는 "이 트레이너의 정확한 판단과 풍부한 경험 덕분"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무명 생활 끝에 어렵사리 기회를 잡은 정훈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이 트레이너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고 자신을 낮췄다.
강팀이 되기 위해 트레이너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선수단의 컨디셔닝을 책임지는 이들의 존재 가치는 30홈런 거포 또는 15승 투수와 비교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소중하다.
이 트레이너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하는 이들이 있기에 롯데의 5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 트레이너의 정확한 대처는 9개 구단 모두 트레이너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보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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