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로또준’ 아닌 NC ‘거치식펀드’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5.31 10: 30

우리 나이 서른 여덟의 베테랑. 그러나 홈런 5위(8개), 타점 2위(39타점)으로 4번 타자 몫을 해내고 있다. 훈련 전에는 입담을 과시하며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재미있게 후배들에게 잘해보자고 격려하는 큰 형님이다. 목돈을 투자했는데 일단 첫 해 초반 수익률도 괜찮다. 신생팀 NC 다이노스 선수단 맏형 이호준(37)은 사실 ‘로또준’이 아니라 NC가 믿고 거금을 투자한 ‘거치식펀드’였다.
이호준은 지난 30일 마산 넥센전에서 4번 지명타자로 출장해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0-1로 뒤진 3회 2사 3루에서 상대 선발 김병현의 공을 베테랑다운 기교로 잘 밀어쳐 우익수 방면 동점타로 연결, 자칫 끊어질 수 있던 경기 분위기를 제대로 이었다.
올 시즌 프로 20년차가 된 이호준의 성적은 44경기 2할4푼7리 8홈런 39타점. 타율이 아쉬워도 득점권 타율 3할7푼7리에 꼬박꼬박 타점도 기록하고 있다. 필요한 순간 클러치 능력을 발휘 중인 이호준의 별명은 사실 ‘로또준’이었다. 이는 사실 이호준에게 반갑지 않은 별명. 2007시즌 SK를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끌며 3할1푼3리 14홈런 71타점의 뛰어난 성적과 함께 4년 총액 34억원 대박을 쳤다.

그러나 계약 후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인해 2010시즌까지 규정타석 미달될 정도로 공헌도가 기대에 못 미쳤다. 첫 번째 FA 기회를 살려 대박을 쳤으나 아쉬웠던 이호준에게 어느새 달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다. 지난해 3할 18홈런 78타점을 기록한 뒤 NC와 3년 20억원의 계약을 맺은 것과도 연관지어 ‘로또준’이라는 별명은 계속 뒤따라왔다.
실상은 다르다. 타율은 다소 낮아도 이호준은 찬스 상황에서 어떻게든 타점을 올렸다. 높은 득점권 타율은 물론이고 자신은 범퇴되더라도 선행 주자의 득점으로 타점을 기록하는 이호준이다. 2할5푼 미만의 타율과 높은 타점만 보면 아직 로또라는 이미지가 남아있다고 섣불리 생각할 수 있으나 실상을 따져보면 다르다. 30일 동점타만 해도 컨택 능력이 번뜩인, 제대로 된 스프레이 히팅으로 2루수 서건창의 키를 넘긴 클러치 능력이 돋보였다. 무형적인 공헌도 또한 대단히 크다.
경기 전 훈련을 앞두고 이호준은 함께 훈련하는 동료들을 모아 먼저 이야기를 나눈다. 이긴 다음날은 후배들을 칭찬하며 더욱 제 기량을 뽐낼 수 있길 격려하고 패한 다음날에는 안 좋은 기억을 잊고 좀 더 똘똘 뭉칠 수 있도록 좋은 이야기, 도움이 되는 쓴소리라도 한 마디 더 하고자 하는 맏형이다. 큰형님이 먼저 나서기 쑥스러울 수도 있으나 이호준은 이 궂은일을 도맡는다. 김경문 감독이 이호준에 대한 대단한 신뢰를 표시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투수진 맏형이던 송신영이 넥센으로 이적한 후에는 좀 더 책임이 커졌다.
훈련 전 건네는 이야기와 팀워크 구축은 신생팀에게 커다란 자산이 될 수 있다. 신생팀으로서 새로운 매뉴얼을 구축하는 과정에 있는 NC인 만큼 끈끈한 팀 컬러를 위해 베테랑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도 필요한 것이 사실. 이호준이 그 역할을 하며 FA로서 기대치에 부응하고 있다는 점도 분명 높이 평가해야 한다.
30일 경기 후 이호준은 “그동안 선두팀 넥센을 못 이기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기게 되어 정말 다행이고 기쁘다”라며 열세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찾은 것을 기뻐한 뒤 “31일 한화전도 승리해 5월의 마무리를 깔끔하게 장식하고 싶다. 그 경기를 이긴다면 분명 좋은 6월 일정이 이어질 것”라고 밝혔다. 자신의 타점보다 팀이 선두팀을 잡고 반등 기회를 잡았다는 데 대단한 가치를 두었다.
‘로또준’이라는 단어는 수혜자를 이호준으로 놓은 달갑지 않은 단어다. 3년 20억원 계약이 발표되었을 때도 자격 재취득 시즌 호조를 보인 이호준에게 ‘로또준’이라는 별명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이호준은 자신에게 거금을 투자한 신생팀에게 클러치 능력으로 도움이 되고 있고 매뉴얼이 없던 팀 컬러 구축의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이호준은 투자 금액이 높았어도 당장 타점을 제공 중인, 그리고 정신적인 면에서 엄청난 도움이 되는 NC의 거치식펀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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