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변화구를 가지고 있어도 기본적인 직구가 없다면 그 위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류현진(26, LA 다저스)의 진화도 직구의 업그레이드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류현진은 시즌 초반이라고 할 수 있는 4월과 5월에 도합 6승(2패)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2.89다. 물론 완벽한 의미에서의 신인은 아니지만 메이저리그(MLB) 첫 시즌임을 생각하면 훌륭한 기록이다. 더 고무적인 부분은 서서히 진화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직구의 위력이다. 시간이 갈수록 완연히 상승하는 추세가 보인다.
지난 29일(한국시간) LA 에인절스전에서의 완봉 역투도 직구의 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류현진은 이날 8회에 95마일(152.9㎞)의 강속구를 던지며 어깨의 본격적인 예열을 알렸다. MLB 데뷔 이래 가장 빠른 공을 던졌다. 류현진도 경기 후 만족감을 표시했다. 류현진은 “앞으로도 95마일의 직구를 계속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직구 위력의 상승이 경기력에 도움이 됐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기록을 놓고 봤을 때도 직구의 위력은 빛났다.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은 이날 전체 투구의 61.1%를 직구로 던졌다. 메이저리그(MLB) 첫 11경기 중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 여기에 평균 구속은 91.2마일(146.8㎞)에 달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왼손투수 직구 평균 구속(90.5마일)을 상회했다. 지난 1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비슷한 평균 구속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이날은 9회까지 마운드를 책임졌다는 측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제구도 잘 된 날이었다.
직구 구속의 상승에 반사효과를 본 것이 체인지업이었다. 이날 류현진은 변화구 중 체인지업(21.2%)을 가장 많이 던졌다. 평균 구속은 76.7마일(123.4㎞) 정도였다. 직구 평균 구속과 체인지업의 평균 구속이 15마일 가까이 차이가 났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직구와 체인지업의 구속 차이가 15마일이라면 수준급이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까지 섞었으니 에인절스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류현진의 구속 향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다. 류현진은 5월 초부터 따뜻해지는 날씨를 긍정적인 시선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따뜻한 것이 낫다”며 몸이 좀 더 빨리 풀릴 수 있다는 뜻을 드러냈다. 집중력도 구속 향상을 거든다. 대부분의 야구 전문가들은 “메이저리그에서는 한국에서보다 좀 더 집중할 것이기 때문에 2~3㎞ 정도의 향상은 특별한 외부 요인 없이도 가능하다”고 내다봤었다.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류현진 스스로의 말대로 이를 꾸준하게 던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에인절스 전에서의 투구 밸런스는 큰 문제가 없었다. 95마일의 직구가 결코 오버페이스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직구 구속이 떨어질 나이도 전혀 아니다. 신체적 능력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류현진이 지금의 직구를 이어갈 수 있다면 6년 6170만 달러(696억 원)이라는 다저스의 투자는 모범적 사례로 굳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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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