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승원, SK 마운드에 패기 불어넣는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5.31 07: 45

유망주로 뽑혔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며 기대치도 커졌다. 그러나 곧바로 2군을 경험했다. 이런 좌절을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진 유망주도 더러 있다. 하지만 문승원(24, SK)은 패기로 정면 돌파하고 있다. 아직 희망이 꿈틀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문승원은 지난 전지훈련에서 가장 돋보인 투수 중 하나로 손꼽혔다. 2년차를 맞이해 한층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만수 SK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여건욱(27)과 함께 앞으로 SK 마운드를 이끌어 갈 선수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시범경기까지 5선발 경쟁을 펼쳤고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됐다. 고속 승진이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출발은 좋지 않았다. 힘 있는 직구는 좋았지만 좀처럼 변화구가 먹히지 않았다. 제구가 흔들렸다. 개막 때까지만 해도 필승조로 분류됐던 문승원의 보직은 어느덧 추격조로 바뀌었다. 그리고 1군 5경기 출장 후 2군행을 지시받았다. 좌절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승원은 2군행을 기회로 받아들였다.

문승원은 2군행 당시에 대해 “기분 나쁜 것도, 속상한 것도 없었다”고 떠올렸다. 되레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문승원은 “(2군행이) 오히려 좋았다. 변화구 제구가 잘 안 됐었는데 2군에서 체인지업 제구를 잡았다. 제구가 좋아지니까 자신감도 생기더라”라고 말했다. 이처럼 2군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자 다시 1군의 기회가 왔다. 그리고 이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문승원은 1군 복귀 후 지난 23일 문학 NC전에 첫 선을 보였다. 결과는 4이닝 2피안타 5탈삼진 2실점이었다. 팀이 추격하는 상황이라 빛이 바랬지만 힘 있는 투구로 당당하게 경기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흠이라면 2안타가 모두 모창민의 방망이에서 홈런으로 연결된 것이었다. 그래도 이만수 SK 감독은 경기 후 “문승원의 투구가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140㎞ 중반대의 직구는 위력이 있었고 변화구 제구 능력도 좋아졌다.
이 감독도 여건이 허락되는 한 문승원에게 기회를 준다는 심산이다. 이 감독은 문승원에 대해 “SK의 차세대 선발감이다. 앞으로 SK를 이끌어나가야 할 투수”라고 한 뒤 “폼을 좀 더 연구하면 지금보다 더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시즌 중에는 폼을 바꿀 수 없지만 시즌을 마친 뒤에는 연구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성준 투수코치 역시 문승원의 불펜 투구를 직접 지켜보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문승원은 지난해 상대 타자들의 이름값에 주눅이 들어 피해가는 승부를 했다고 털어놨다. 올해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더 자신감 있게 나가기로 했다. 문승원은 “(모)창민이형한테 퓨처스리그 때부터 이상하게 약했다”라고 머리를 긁적이면서도 “이길 때까지 정면승부를 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물론 시행착오야 불가피하겠지만 어쩌면 이런 패기는 힘이 빠진 SK 마운드에 가장 필요한, 또 절실한 요소일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