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잃은’ 두산 야구, 어디 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5.31 22: 14

투수를 너무 믿었다. 그로 인해 시즌 전 투수진이 갖춰졌다는 판단은 점점 오판으로 흘러가며 페이스의 자유 낙하로 이어졌다. 5월 한 달 간 8승1무15패로 추락한 두산 베어스의 현주소다.
두산은 31일 잠실 넥센전에서 공수 양면 모두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비추며 로 완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시즌 전적 22승1무22패(31일 현재)로 5위 자리에 그대로 머무르며 최근 4연패를 당했다. 5월 한 달 간 두산의 전적은 8승1무15패다.
의아한 점이 있다. 지난해 파괴력이 뚝 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아쉬웠던 두산 타선은 30일까지 팀 타율 2할8푼3리로 1위, 240득점으로 1위, 팀 OPS(장타율+출루율) 7할8푼2리로 1위, 팀 도루 67개로 1위를 달렸다. 두꺼운 야수층의 힘이 그나마 두산을 버티게 했다. 문제는 투수력이다.

30일까지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4.91로 8위. 막내 NC의 팀 평균자책점이 4.37로 7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도 4월까지는 팀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며 안정된 힘을 보여주던 두산이 8일 문학 SK전에서 10점 차를 뒤집히는 등 12-13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는 등 안 좋은 기록을 연달아 내주며 무너졌다. NC, 한화는 두산 덕분에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비시즌 두산 투수진은 강한 선발진이 바탕하고 있다는 점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던 바 있다. 35세이브 마무리 스캇 프록터와의 재계약 대신 2010시즌 14승 전력의 켈빈 히메네스 복귀까지 발표하며 더스틴 니퍼트-히메네스-노경은-이용찬-김선우로 이어지는 강한 선발진이 구성된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다. 5선발 김승회를 홍성흔의 보상 선수로 롯데에 내줬으나 히메네스가 오고 새 마무리 홍상삼이 제 몫을 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이는 시즌 전부터 설레발로 판명되고 말았다. 히메네스는 갑자기 고향 도미니카에서 팔뚝 부상을 이유로 들어 캠프에 합류하지 않았고 이용찬은 훈련을 하다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중도 귀국해 수술대에 올랐다. 새로 가세한 좌완 개릿 올슨은 세 경기 만에 허벅지 부상으로 전열 이탈하며 50일 간 펑크를 냈고 맏형 김선우는 불운과 구위 저하 속 페이스를 잃어갔다.
그나마 4월은 돌아온 베테랑 이재우-정재훈과 오현택, 유희관 예비역들의 맹활약 덕분에 팬들이 두산 야구를 웃으며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베테랑들은 부상 전력이 있었고 두 명의 예비역은 풀타임 시즌 경험이 없다. 무엇보다 이들과 함께 계투진에서 싸워야 할 전력도 마땅치 않았다. 신예 이정호는 롱릴리프로 시작해 임시 선발로 나섰다가 경험 부족이라는 벽에 부딪혀 2군으로 내려갔다.
믿었던 ‘앙팡 테리블’ 변진수는 소포모어 징크스에 둘러싸여 현재 2군에 있고 서동환-정대현도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내려갔다. 홍상삼은 새 마무리로 기대를 모았으나 부상 여파로 인한 훈련량 부족으로 시즌이 되어서도 허덕였다.
오히려 낙관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형국이다. 지난해 두산은 선발진에 물음표가 덕지덕지 붙어 선발 경쟁 후보를 가능한 많이 보유했다. 이용찬, 임태훈 외에도 서동환, 홍상삼, 정대현 등 예비 선발 후보를 많이 데리고 훈련을 시켰다. 덕분에 홍상삼의 경우는 선발로 뛰지 못했더라도 유연하게 계투 보직에 적응할 수 있었다. 계투로서 한계 투구수는 확실히 완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이용찬의 갑작스러운 낙마와 히메네스 후임이 시범경기 후반부까지 확실히 결정되지 않으면서 투수들 사이 ‘내가 어떤 보직인가’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박혀있지 않았다. 김상현, 서동환, 안규영, 유희관 등이 5선발 물망에 오르기는 했으나 안규영은 전지훈련 막판 어깨 통증으로 휴지기를 가지기도 했고 서동환은 막판 페이스가 안 좋았다. 김상현은 팔꿈치 수술 여파가 아직 남아 한계 투구수가 높지 않았다. 유희관이 그나마 롱릴리프 및 깜짝 선발로 뛸 수 있던 데는 선발로도 훈련을 했기 때문이다.
야수진은 충분히 잘 하고 있다. 그러나 타격은 분명 사이클이 있게 마련. 경기를 만드는 투수진의 힘이 없다면 그 팀은 절대 강팀이 될 수 없다. 투수진에 대한 낙관론에 웃다 믿었던 투수들의 연속된 부진으로 주저앉은 두산 야구는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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