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완벽한 컴백이었다. 누구도 LG 주장 이병규(9번·39)의 질주를 막을 수 없다. 어느덧 우리나이 마흔이지만 그에게야말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지난 5월 7일 1군에 합류한 이병규가 절대적 존재감을 뽐내며 쓰러졌던 팀을 일으켜 세웠다.
이병규는 전지훈련 막바지 햄스트링 부상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제외됐다. 주장 2년차를 맞이해 개인 기량과 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겨울 내내 절치부심했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한 달 이상 팀을 떠나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병규 복귀 전 LG는 신생팀 NC에 3연전을 모두 패했고 라이벌 두산과의 어린이날 3연전을 내주며 시즌 초 상승세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중심선수 외야수 이진영까지 5월 4일 경기서 왼쪽 정강이 부상을 당해 팀을 이탈한 상황이었다.
4월 중순 5할 +5까지 올라갔던 성적이 5할 -2로 떨어진 상황. 가파른 절벽을 타고 추락하던 LG에 이병규의 복귀는 천군만마나 다름없었고 실제로 그는 팀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이병규의 기량에 대한 의심도 없지 않았다. 실제로 이병규는 지난 시즌 3할 타율을 올렸지만 장타율 .400으로 데뷔 후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도루 성공률도 41.7%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당했던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했기 때문에 고질병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렸다.
기우였다. 복귀 후 이병규는 타율 3할7푼1리 장타율 .452로 지난해보다 월등히 나은 활약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득점권 타율 4할7푼6리로 찬스에서 독보적이다. 최근 LG가 승리한 순간에 이병규의 한 방이 빠지는 경우는 없다. 이병규의 활약은 공격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전히 포구 위치를 정확하게 캐치, LG 외야수 중 가장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한다. 이병규가 팀에 합류한 이후 LG는 9승 9패, 5월 31일까지 22승 23패로 5할 복귀를 눈앞에 뒀다.
이병규에게는 자신의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이미 LG 프랜차이즈 타율 홈런 타점 득점 부문 정상에 있지만 그는 기록을 신경 쓰지 않는다. 자신이 팀 프랜차이즈 기록을 세운 것에 대한 자부심은 있어도 기록보다는 승리를 갈구한다. 구단 최초 민선 주장 2년차를 맞은 만큼, 올해는 기필코 후배들과 승리를 맛보겠다는 생각뿐이다.

그러면서 이미지도 바꿨다. 주장 1년차였던 지난해까지는 강한 카리스마로 후배들에게 분발을 촉구했다면 올해 컨셉은 긍정적인 착한 남자다. 이병규는 올해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이 부분에 대해 “너무 강하게 말하면 후배들이 부담을 더 느끼더라. 그러다보니 말하는 게 조심스러워졌었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도 (포스트시즌) 갈 수 있다’, ‘4강 할 수 있다’고 외치라고 한다.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보다는 이렇게 마인드를 바꾸려 노력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근 이병규는 모든 공을 후배들에게 돌리고 있다. 자신의 결정적 타점으로 팀이 승리해도 “후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아서 찬스가 나왔다. 후배들한테 고맙다”고 항상 후배들을 챙긴다. 동시에 그라운드에서는 ‘즐기는 자세’를 강조한다. 지난 10년 동안 LG는 승리보다 패배에 익숙했고 매번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 온 몸을 짓누르곤 했다. 이병규는 선수들이 부담을 떨쳐버리고 자기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선수들에게 경기 전 3시간만 즐기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진정 즐기면 포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이병규는 지난 5월 17일 주말 3연전에 앞서 5월말까지 5할 승률 -2를 이루는 것을 선수단 목표로 내걸었다. 당시 LG는 14승 18패로 5할 승률 -4였다. 위닝시리즈가 루징시리즈보다 많아야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그리고 LG는 이후 4번의 3연전에서 3번을 위닝시리즈로 장식, 목표였던 5할 승률 -2를 달성했고 31일에는 22승 23패로 5할 복귀에 단 한 걸음만 남겨뒀다.
물론 5할 복귀가 끝이 아니다. 이병규는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본다.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는 6월에는 치고 올라간다”고 다짐했다. 적토마의 질주로 되살아난 LG의 진짜 모습이 곧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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