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많은 이들이 LG의 최대약점으로 토종 선발진을 꼽았다. 토종 선발투수 후보 중 단 한 명도 풀시즌을 소화한 경험이 없는 만큼, 전지훈련 당시 LG의 최대 과제 또한 ‘선발투수 만들기’였다. 두 자릿수 선발승을 경험한 리즈와 주키치의 뒤를 이어줄 토종 선발투수 3명이 갖춰진다면, 막강 불펜과 함께 LG 마운드는 리그 정상급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였다.
2013시즌이 개막한지 2달이 지났고 전체 일정의 약 35%를 소화한 가운데 LG는 팀 평균자책점 3.67로 리그 2위에 자리하고 있다. 1위 삼성의 3.60과 불과 0.07 차이. 이렇게 탄탄한 마운드를 구성하게 된 결정적 원인은 역시 시즌 전 불안요소로 꼽혔던 토종 선발진의 선전이다. 현재 선발 로테이션에 자리한 우규민 신정락 류제국 모두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는 중. 고무적인 점은 이들의 진짜 모습은 아직 저 멀리에 있다는 것이다. 즉, 지금은 성장하는 과정일 뿐이다.
작년 6월 16일 군산 KIA전에 깜짝 선발 등판, 7이닝 1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올렸던 우규민은 당시의 활약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올 시즌 세 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4월 14일 대전 한화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것을 비롯, 경기당 평균 5⅔이닝을 소화하며 이닝이터의 자질을 보이는 중이다. 무엇보다 우규민은 경기당 볼넷 1.58개를 기록, 이 부문 리그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5월 30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우규민은 개인 최다 투구수인 114개를 기록하며 6이닝 3실점으로 시즌 4번째 퀄리티스타트를 올렸다. 비록 선발승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오래 마운드를 지키며 불펜진 소모를 최소화했다. 결국 LG는 8회 타선 폭발로 경기를 가져갔다.
우규민은 5회까지 99개의 공을 던졌음에도 6회 마운드에 올라갔을 당시를 돌아보며 “어떻게든 길게 던져서 불펜을 아껴야한다는 마음뿐이었다. (정)현욱 선배님이 쉬는 날이었고 지금까지 불펜에 있는 형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만큼 선발투수로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선발투수로 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해 “많이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무리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 중이다. 앞으로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 잘하고 싶다”며 각오를 다졌다.
신정락 또한 선발진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지난해 투구폼을 바꾸면서 3년 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부상의 늪에서 탈출했다. 불안했던 제구력도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구속 역시 사이드암 투수임에도 140km 중반대의 직구를 뿌린다. 신정락은 지난 5월 31일 광주 KIA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선발승을 올렸다. 바로 전 선발 등판에선 8⅓이닝을 소화하며 투구수 121개를 기록, 신정락 역시 이닝 소화력을 뽐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 모 타자는 신정락과 상대한 소감으로 “공이 종잡을 수 없게 움직이며 들어온다. 아주 골치가 아프다”고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신정락은 “항상 부상과 제구력이 문제였다. 근데 이제 둘 다 해결되고 있다. 지금처럼 아프지 않고 선발투수로 끝까지, 풀 시즌을 소화하고 싶다”고 올 시즌 목표를 밝혔다.
아직 류제국에 대한 전망을 내놓기는 이른 시점. 하지만 지난 2번의 선발 등판서 보여준 구위는 류제국의 향후 모습을 기대하기 충분했다. 140km 중후반대의 직구와 더불어 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를 구사하고 있는데 3가지의 변화구 모두 이미 리그 정상급이었다. 5월 26일 잠실 SK전서 매 이닝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면서도 투심 패스트볼로 내야땅볼, 체인지업과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었다. 류제국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포수 윤요섭은 “변화구가 정말 좋다. 쉽게 대처할 수 없는 수준이다”고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4년 만의 실전 등판인 만큼, 제구력과 경기 운영 감각이 떨어지는 것은 감수해야할 상황. 류제국 역시 이 부분에 대해 “SK전에서는 볼넷이 많았고 초구스트라이크 비율이 낮았다. 그 부분을 제외하곤 대체로 만족한다”며 “다음 경기 목표는 많은 투구수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다. 퀄리티스타트를 목표로 하겠다”고 1일 광주 KIA전의 과제를 스스로 정했다.
LG 투수진은 올 시즌 목표로 팀 평균자책점 3.60을 내걸었다. 이미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2.99로 독보적인 리그 1위. 시즌 초 흔들렸던 리즈와 주키치가 회복세고 우규민 신정락 류제국의 토종 선발진까지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덧붙여 우규민과 신정락의 이닝을 먹어주는 능력도 최근 추세대로라면 불펜진은 시즌이 끝날 때까지 구위를 유지할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한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경우는 전무했다. 그만큼 LG 토종 선발진의 도약은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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