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도 승부조작’ 국민들도 포기한 레바논축구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06.01 19: 07

“승부조작이나 하는 축구가 무슨 발전이 있겠나?”
한국대표팀과 레바논의 월드컵 최종예선전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취재진은 1일 경기가 열리는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연습에 들어간 레바논 대표팀의 테오 부커 레바논 감독과 만날 수 있었다.
경기장 주변은 레바논 정규군의 주둔지다. 각종 장갑차와 군용트럭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레바논 대표팀이 연습을 시작하기 전 30여명의 군인들이 먼저 들어와 그라운드를 점령하고 경계를 강화했다. 부커 감독은 “축구경기 연습하는데 군인이 들어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정말 멍청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현재 레바논축구는 승부조작 사건이 터져 국민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린 상태다. 길을 가다 마주친 레바논 시민들은 한국전에 대해 높은 관심을 드러내면서도 정작 경기결과는 레바논의 대패로 예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부커 감독 역시 “레바논이 한국을 이기긴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는 “승부조작에 18명이 연루됐는데 그 중 국가대표가 6명이다. 한 명은 우리나라 최고 수비수다. 이게 말이 되느냐? 선수들이 승부를 돈을 받고 회사에 팔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무슨 축구가 발전을 하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레바논 국가대표 선수들에게서도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군인들의 훈련경계도 늘 있는 일이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응했다. 레바논 선수들은 한국취재진을 보자 “한국에서 왔느냐?”며 관심을 보였다.
 
경기가 열리는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은 레바논에서 가장 큰 구장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설운동장만도 못한 시설이었다. 취재진은 그라운드로 향하기 위해 컴컴한 어둠을 뚫고 게이트로 들어섰다. 심지어 취재석에는 책상도 없었고 인터넷연결도 되지 않았다.
최근 중동프로축구는 오일달러를 들여 유명선수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축구의 근간이 되는 운동장시설이나 국가대표팀에 대한 투자는 매우 열악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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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을 위해 경기장에 들어서는 레바논 국가대표들 / 베이루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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