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이 나 있더라구요".
'왼발의 달인' 하석주 전남 감독이 대표팀의 건승을 기원했다. 20년전 승리를 거뒀던 당시를 회상하면서 하 감독은 축구 대표팀이 꼭 승리해서 승점 3점을 가지고 돌아오라고 강조했다.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하 감독은 "20년전에 레바논 베이루트로 가서 경기를 하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면서 "도시가 완전히 폐허였다. 빌딩에 구멍(?)이 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석주 감독은 "경기장 바로 옆에는 탱크와 장갑차가 대기하고 있었고 경기장 지붕에는 기관총을 든 병사들이 있었다"며 "내전이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삼엄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했다"고 전했다.
하석주 감독은 지난 1993년 5월 11일 미국 월드컵 예선전에서 레바논을 상대로 골을 터트리며 한국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내전으로 인해 피폐한 레바논 원정서 일궈낸 승리였다.
하 감독은 "내전으로 얼마나 상태가 좋지 않았냐면 쉽게 청량음료도 마실 수 없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것도 먼지가 뽀얗게 내려 앉았을 정도였다"면서 "이번에도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리고 있는데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경기를 펼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석주 감독은 원정에 이어 그해 6월 7일 국내에서 열린 홈 경기서도 골을 터트리며 대표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레바논을 생각하면 기분 좋지만 현지에 대한 기억은 구멍 뿐이었다.
10bird@osen.co.kr
베이루트(레바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