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승 롯데, 상동구장에 대체 무슨 일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6.02 06: 20

그 곳에만 다녀오면 선수들이 펄펄 난다. 고참이건 후배건 가릴 것 없이 얼굴이 검게 타는 것은 기본, 여기에 살이 빠지는 건 필수 옵션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절대 다시는 가고싶지 않다!"
그 곳은 바로 롯데 자이언츠의 2군 훈련장이 위치한 김해 상동이다. 권두조 2군 감독은 작년 1군 수석코치로 있을 때부터 선수들에게 높은 강도의 훈련을 시키기로 유명했다. 오죽했으면 캠프 때 선수들이 권 감독의 눈을 피해 다녔을까.
이제는 김해로 활동무대를 옮긴 권 감독이지만 선수들을 육성하는 방식은 같다. 그 누구도 예외없이 2군으로 내려가면 강훈련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잠시 2군에 다녀온 내야수 박준서는 "아침 6시 반에 집에서 차를 갖고 출근을 한다. 뙤약볕 아래서 하루종일 훈련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밤 9시가 넘는다. 그런 생활을 반복했다. 다시는 2군에 가고싶지 않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부진했던 선수들도 상동에 한 번 다녀오면 좋은 활약을 펼친다. 2군에 있으면서 몸 관리를 잘 하고 열심히 훈련을 소화한 덕분이겠지만 선수들은 우스갯소리로 "다시 상동에 내려가기 싫어서 열심히 한다. 다시는 가고싶지 않다"라고까지 말한다.
롯데는 5연승을 달리며 단독 3위까지 뛰어 올랐다. 개막 후 두 달동안 심한 부침을 겪었지만 한 번 분위기를 타니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 상승세에는 '상동 멤버'들이 있다.
2군에만 머물렀던 이승화가 첫 출전한 경기부터 롯데는 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김문호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이승화는 공수주에서 나무랄데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가벼운 부상을 당한 정훈을 대신해 2루수로 출전하고 있는 박준서도 이틀 연속 멀티히트로 타격감이 좋다.
올해 롯데 상승세의 주역들 가운데 많은 선수들은 작년까지 상동구장에서 머문 시간이 더 길었다. 젊은 키스톤콤비로 도약중인 정훈-신본기, 최고령 신인왕을 노리는 김대우, 지금은 부상으로 빠진 김문호까지 올해가 돼서야 팀 주력으로 도약한 케이스다. 투수들 중에서도 선발 로테이션을 차지하고 있는 이재곤-김수완 콤비도 마찬가지다.
투타 유망주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을 받았던 롯데지만 올해는 '상동 멤버'들의 활약에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팀 전체로 보더라도 기존 선수단에 건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고 성적과 세대교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서 긍정적이다. 이들의 올 시즌 성장을 지켜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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