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야구계, “WBC 불참할 수도”… MLB 압박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6.02 06: 21

야구·소프트볼이 올림픽 복귀에 한걸음 다가선 가운데 일본 야구계가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에 대한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MLB 사무국이 야구의 올림픽 복귀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일본에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불참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끝으로 정식종목에서 제외된 야구는 국제야구연맹(IBAF)을 중심으로 올림픽 복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초에는 세계소프트볼연맹(ISF)과 통합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을 출범시키며 힘 키우기에 나섰다. 야구에 배타적인 유럽 위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다양한 활동도 벌이고 있다.
일단 2020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 복귀 가능성은 열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2020년 하계올림픽 정식종목 후보로 레슬링, 야구-소프트볼, 스쿼시를 선정했다. 야구-소프트볼은 총 11개 종목이 마라톤 투표를 벌인 혈전에서 살아남았다.

이제 마지막 관문은 오는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릴 총회에서 선택받는 일이다. 레슬링, 야구-소프트볼, 스쿼시 중 한 종목만이 정식종목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시장을 자랑하는 미국의 태도가 썩 전향적이지 않다. MLB 사무국은 “올림픽을 위한 리그 일정 조정은 없다”라고 못 박는 등 여전히 신통찮은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IOC에 대한 반발심도 크다.
일본 야구계는 이런 MLB 사무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일본의 석간후지는 1일 한 선수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MLB가 올림픽 참가를 거부한다면 일본은 WBC에 불참할 수도 있다. MLB가 협력한다면 일본도 WBC에 참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올림픽과 WBC를 놓고 ‘협상’을 벌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MLB 사무국도 일본의 태도에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WBC 개최에는 스폰서들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난 세 차례의 대회 때는 일본 기업들이 대거 스폰서로 참여해 WBC의 재정을 살찌웠다. 지난 3회 대회 당시는 이런 구조를 들어 일본이 수익금 재분배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결국 대회에는 참여했지만 한 때는 불참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석간 후지는 “일본이 참가하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다. 대회가 개최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선수회 관계자의 말을 실었다. WBC 불참 카드를 들어 MLB 사무국의 자세를 바꿔보겠다는 심산이다. 실제 MLB 사무국의 자세는 IOC 위원들의 표심에 결정적인 한 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의 압박 카드가 어느 정도 먹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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