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보단 돈이 우선? 레바논 축구의 현실이다.
최강희호가 2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베이루트에 입성했다. 이제 대표팀은 이틀 간 최종점검을 한 뒤 5일 새벽월드컵 최종예선 레바논전에 임하게 된다. 그런데 레바논 대표팀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한국이 무조건 크게 이겨야 하는 이유가 있다.
지난 3월 26일 레바논 대표팀은 월드컵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 원정경기를 앞두고 대표팀을 소집했다. 당연히 팀의 에이스이자 플레이메이커 로다 안타르(33, 산둥)도 소집에 포함됐다. 그런데 중국에서 거액을 받고 뛰고 있는 그는 입장이 난처했다. 결국 그는 소속팀 경기를 위해 대표팀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

레바논은 졸전 끝에 우즈베키스탄에게 0-1로 무릎을 꿇었다. 이에 화가 난 레바논 국민들은 “안타르가 뛰었다면 이겼을 것이다. 모든 패배는 소집에 응하지 않은 그 때문”이라며 그에게 맹비난을 퍼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의 반응에 역시 화가 난 안타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돌연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레바논 대표팀 페이스북 운영자 하디 알 와즈웨즈에 따르면 안타르는 한국전 예상 선발명단에서도 제외됐다. 한국대표팀을 마중 나온 레바논 축구협회 관계자는 “우리가 생각해도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사건이다. 차라리 한국이 레바논을 대파해서 선수들 정신을 차리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까지 말했다.
최근 레바논은 대규모 승부조작 스캔들에 휘말렸다. 국가대표팀도 6명의 선수가 연루됐다. 2년 전 한국을 꺾은 베스트 11중에서 7명이 이런저런 사정으로 모두 빠졌다. 당시 골을 넣었던 알리 알 사디와 아바스 알리 아튀는 모두 뛸 수 없다. 레바논 축구협회는 21살의 신예공격수 수니 사두를 긴급수혈했다. 하지만 미국이중국적자인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국가대표 자격을 승인받지 못해 한국전에 나설 수 없다. 이래저래 레바논 축구는 엉망이다.
1일 연습을 앞두고 한국취재진과 만난 테오 부커 감독은 “레바논은 열악한 재정에 시설도 엉망이다. 한국 같은 열정이 없다. 돈을 받고 승부를 파는 선수들이 무슨 프로선수 인가? 정말 못해먹겠다”며 해묵은 감정을 토해냈다. 지금의 레바논축구에는 '모래알 조직력'이란 표현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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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