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정준하가 만년 을(乙)이 겪는 삶의 고단함과 회의감을 표현하며 시청자들을 울렸다.
지난 1일 방송된 ‘무한도전’은 멤버들이 직장인으로 분해 재미를 선사하는 콩트인 ‘무한상사’와 뮤지컬이 만난 ‘무한상사-뮤지컬’ 특집 2탄이 공개됐다. 이날 방송은 지난 4월 첫 번째 방송 당시 정리해고를 당한 ‘정과장’ 정준하가 고깃집을 열었다가 쫄딱 망하고 다시 계란 프라이 음식점으로 재기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첫 번째 방송이 정리해고 앞에서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직장인의 두려움을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주식과 음식점 개업으로 퇴직금을 날리는 흔히 벌어지는 일들을 겪은 정과장이 눈물이 안방극장을 짠하게 만들었다.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갑과 을의 종속관계에서 정과장은 만년 을이었다. 더럽고 치사해도 밥벌이를 해야 하는 고단한 일상은 정준하의 다소 어수룩한 표정 연기와 맞물려 보는 이들을 울컥하게 했다. 밀어내기로 표현되는 대기업의 비도덕적인 행태와 이미 사회전반에 고착화된 갑과 을의 종속관계를 지켜보며 끓어오른 분노를 경험했던 시청자들에게 정과장이 마포대교를 걸으며 흘렸던 눈물은 남의 일로 치부되지 않았다.
정과장은 누군가에게는 아버지가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남편이 될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아빠가 될 수 있는 아픔의 상징이었다. '무한도전' 내에서 어수룩하고 답답한 행동으로 인해 다른 멤버들에게 종종 구박을 당했던 정준하가 연기했기에 캐릭터 몰입도는 더욱 높았다.
정과장은 이날 계란 프라이 하나로 대박을 터뜨려 홈쇼핑 사업까지 진출했다. 그가 다시 무한상사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제작진은 정리해고 이야기의 결말을 오는 8일 방송으로 미뤘다.
물론 계란 프라이 하나로 재기하는 정과장의 모습은 다소 비현실적이었다. 현실을 이야기하던 '무한도전'이 판타지로 돌변한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는 을들의 비명 속에서 재기하는 정과장의 반란은 잠시나마 일상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작은 희망을 꿈꾸게 했다.
‘무한도전’은 이번 정리해고를 다룬 콩트 무한상사로 만년 을일 수밖에 없는 말단 직장인을 대중문화 한복판으로 끌어들였다. 더럽고 치사해도 매달 통장에 꽂히는 월급을 보며 치올라오는 울화를 꾹꾹 눌러 담는 우리 주변의 인물들의 이야기로 웃음과 함께 위안을 안겼다. 그동안 예능프로그램이지만 시청자들의 삶고 동떨어지지 않은 진정성 있는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했던 '무한도전'의 진면목이 발휘된 특집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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