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홈런타자를 꼽으라면 역시 이승엽(37,삼성 라이온즈)이다. 약관의 나이에 거포로 성장, 20대 때 한국 프로야구에서 홈런에 관련된 수많은 기록들을 써내려간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런 그가 갖지 못한 단 하나의 홈런 타이틀, 바로 통산 최다홈런이다. 2003년 56개의 홈런을 치고 한국을 떠났던 이승엽은 2012년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 무려 한국을 8년이나 떠나 있었으니 누적 기록에서는 뒤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통산 최다홈런은 팀 선배인 양준혁(351개)의 몫이었다.
전성기를 지났다는 세간의 말이 무색하게 이승엽은 작년 타율 3할7리 홈런 21개 85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치면서 팀의 6번째 우승의 주인공이 된다. 홈런은 줄었지만 찬스를 놓치지 않는 맹수의 모습은 전성기 못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개막 후 2개월이 지났지만 홈런은 대폭 줄었고, 타율도 2할대 초중반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승엽은 역시 이승엽, 2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시즌 4호 홈런을 터트렸다. 0-2로 끌려가던 3회 김수완의 한가운데 몰린 포크볼을 놓치지 않고 부드럽게 잡아당겨 대구구장 오른쪽 담장을 넘겨 버렸다. 역전 스리런 홈런.
지난달 11일 문학 SK전 이후 22일만에 터진 이승엽의 대포였다. 이 홈런으로 이승엽은 프로 통산 349개의 홈런으로 통산 최다홈런 기록에 단 2개차로 다가섰다. 앞으로 홈런 3개면 이승엽은 한국 프로야구 최다홈런 타자 자리까지 차지하게 된다. 8년의 공백에도 이승엽은 최다홈런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홈런이 터진 시기도 삼성의 최근 득점갈증을 씻는 적절한 타이밍이었다. 삼성은 롯데와의 앞선 두 경기에서 단 1득점에 그쳤다. 두 경기를 합쳐 15명의 주자가 나갔지만 홈에 들어온 이는 단 1명 뿐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삼성은 주루사로 어이없이 주자가 아웃되는 등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이때 터진 베테랑의 스리런포는 연패탈출에 충분했다. 이승엽과 최형우의 홈런을 앞세운 삼성은 롯데에 5-3으로 승리를 거뒀다.
류중일 감독은 "어서 승엽이가 최다홈런 기록을 깼으면 좋겠다. 마음에 짐을 덜어야 좀 더 편하게 승엽이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이승엽은 홈런을 의식하지는 않는다고 말하지만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다시 쓸 기회를 앞두고 있다. 역시 홈런하면 이승엽이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