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불펜의 마지막 보루였기 때문일까. 송창식(28, 한화)이 또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의 희생은 눈물겨웠지만 보는 팬들의 심정은 편하지 않았다.
송창식은 2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 5-1로 앞선 9회 1사 1루에서 한화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선발 바티스타가 8이닝 1실점 역투를 펼쳤고 9회 마운드를 넘겨받은 김경태도 첫 타자 조영훈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승리까지는 아웃 카운트 두 개가 남겨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경태가 권희동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자 한화 벤치는 움직였다. 선택은 송창식이었다.
송창식은 올 시즌 한화의 마무리로 든든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25경기에 나가 1승4패7세이브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 중이다. 기록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지만 기록 외 공헌도에 대해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마당쇠다. 어려운 상황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 한화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문제는 등판이 너무 잦다는 것이다. 스스로는 “관리를 잘하면 충분하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팬들은 시즌 중반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

송창식은 올 시즌 리그 최고의 마당쇠다. 많은 경기에 나섰고 많은 이닝을 던졌다. 한 번 나올 때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1이닝 이상은 기본이다. 올 시즌 25번의 등판 중 19번이 1이닝 이상 등판이었다. 2이닝 이상도 5번이나 됐다. 그렇다고 푹 쉴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화의 허약한 불펜상 벤치는 송창식 카드를 자꾸 만지작거릴 수밖에 없다.
당장 송창식은 최근 5월 28일 잠실 LG전에서 2이닝(세이브), 5월 30일 잠실 LG전에서 1이닝, 그리고 1일 대전 NC전에서 1⅓이닝을 던졌다. LG전 사이에는 하루의 휴식이라도 있었지만 2일 등판은 이틀 연투였다. 송창식은 1일 35개의 공을 던져 사실상 2일 등판이 어려울 것처럼 보였지만 한화 벤치는 4일 휴식일을 감안해 송창식에게 또 한 번 중책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송창식은 벤치의 믿음에 멋지게 부응하며 경기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분명 송창식의 투지는 칭찬할 만하다. 한화 벤치의 사정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등판 일정이 계속 이어질 경우 체력과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한화로서는 송창식의 부하를 줄이는 것이 우선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는 것을 보여준 한 판이었다. 5-1로 앞선 9회 1사 1루에서 올릴 투수가 송창식 밖에 없다면 분명히 큰 문제다. 그리고 송창식마저 무더위에 무너질 경우 한화 불펜은 정말 답이 없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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