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 레이저만 봐도 레바논전이 생각났다!”
한국대표팀의 수문장 정성룡(28, 수원)이 칼을 갈고 있다. 대표팀은 3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베이루트 시립경기장에서 몸을 풀었다. 최강희 감독은 이번 실전훈련을 통해 베스트11을 확정짓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훈련을 준비하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미묘한 비장함이 흘렀다.
그 중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선수가 있다. 바로 골키퍼 정성룡이다. 그는 지난 2011년 1-2로 패했던 ‘베이루트 참사’의 주인공이다. 정성룡은 이번엔 반드시 무실점 경기로 승리를 이끌겠다는 각오다.

정성룡은 “드디어 모래 경기다. 레바논에 오니 경기의 중요성이 확 와닿는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레바논 관중들은 극성맞기로 유명하다. 특히 골키퍼인 정성룡은 레이저불빛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레이저 이야기가 나오자 “볼펜 레이저만 봐도 레바논 생각이 났다”며 손사래를 쳤다.
레바논하면 이근호도 아픈 추억이 있다. 그는 “레바논과 할 때 그라운드 컨디션이 나빠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잔디가 고르지 못해 긴장하면서 공을 받았다. 공이 어디로 튈지 예측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근호도 레이저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그 때 사실 (레이저를) 맞는 줄도 몰랐다. 나중에 TV를 보고 알았다. 경기에 큰 영향은 없다. 무슨 일이 있으면 내가 앞장설 것”이라며 군인다운 패기를 보였다.
레바논은 경기장에서 폭죽과 레이저로 원정 팀을 괴롭힌다. 특히 경기장서 권총으로 실탄을 발사하는 경우까지 있어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대표팀이 레바논의 홈텃세를 어떻게 극복할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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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