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모이어‘ 유희관, 신인왕 경쟁 다크호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6.03 06: 03

느린 직구 구속으로 인해 팀 내에서도 선발 보직에 대한 회의론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롱릴리프-임시 셋업맨으로 나오며 제 가치를 알리더니 이제는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까지 제 실력으로 따냈다. 두산 베어스판 제이미 모이어 좌완 유희관(27)은 자신의 빠르지 않은 직구 구속처럼 신인왕 레이스에 스멀스멀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유희관은 지난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4탈삼진 4사사구 3실점으로 호투했다. 상대가 좌완 에이스 앤디 밴 헤켄이었고 선두 넥센과의 대결이었으나 유희관은 잘 버티며 11-4 승리 디딤돌이 되었고 자신은 시즌 3승을 기록했다. 전날 자신의 생일을 자축한 동시에 열악한 투수진으로 고민하던 팀이 한시름 놓을 수 있던 승리였다.
올 시즌 유희관의 성적은 21경기 3승1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3.38(3일 현재)로 뛰어나다. 2009년 장충고-중앙대를 거쳐 2라운드 6순위로 입단한 유희관은 첫 2년 간 21경기 16⅔이닝의 기록을 남긴 뒤 상무 입대했다. 상무 복무 2년 간 군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유희관에게는 개막 엔트리 포함, 1군 붙박이 출장이 모두 처음이다.

현재 신인왕 레이스는 신생팀 NC 선수들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때 유희관의 동료였던 우완 스리쿼터 이재학이 8경기 4승1패 평균자책점 2.85로 맹활약 중이고 NC 사이드암 이태양도 11경기 4승4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 중이다. NC의 중심타자이자 유력한 신인왕 후보 중 한 명인 나성범, 주전 유격수 노진혁도 있다.
희박하지만 유희관에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좌완 신인왕도 충분히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배출된 프로야구 신인왕 30명 중 좌완은 1984년 윤석환(당시 OB), 1991년 조규제(당시 쌍방울), 2000년 이승호(당시 SK, NC), 2004년 오재영(당시 현대, 넥센), 2006년 류현진(당시 한화, LA 다저스) 등 다섯 명. 최근 좌완 신인왕이 사라진 이유 중 하나는 대체로 젊은 좌완을 원포인트 릴리프 등 계투로 먼저 쓰는 경향이 짙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시즌 박희수(SK)와 심동섭(KIA)이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정작 후보 명단에서조차 발견할 수 없었다. 박희수는 2011시즌 39경기 4승2패1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1.88로 활약했고 심동섭도 57경기 3승1패2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2.77로 KIA 불펜진에 힘을 보탰다. 연투 위험성, 불펜 대기 체력 소모를 감안하면 충분히 공헌도가 높았다.
그러나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측은 ‘일정 이닝 기준치에 모자라다’라며 이들을 신인왕 후보에서 제외했다. 박희수는 67이닝, 심동섭은 55⅓이닝이었고 신인왕 후보로 이름을 올렸던 임찬규(LG)는 82⅔이닝이었다. 규정으로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 석연치 않은 기준으로 후보가 결정되기는 했으나 어쨌든 좌완 릴리프가 대다수인 만큼 타이틀 홀더가 되지 않는 한 좌완이 신인왕 후보가 되기조차 쉽지 않은 현실이다.
반면 유희관은 선발 보직을 스스로 꿰차면서 새로운 좌완 신인왕 후보의 탄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풀타임 시즌을 치러 본 경험이 없는 만큼 시즌 끝까지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으나 일단 첫 풀타임 좌완 선발이라는 점은 신인왕 레이스 다크호스가 되기 충분한 자격 조건이다.
선수 본인은 “신인왕 경쟁은 무슨.(웃음) 그런 말씀 마세요”라며 매사 겸손한 태도를 비춘다. 신생팀의 상승세가 뚜렷한 가운데 신출내기들의 돌격이 그만큼 거세지만 유희관의 힘찬 발걸음도 충분히 주목할 만 하다. 빛을 못 보던 시기 ‘야구 빼고 다 잘 한다‘라는 야구선수로서 달갑지 않은 평 속에 속으로 울분을 삭이던 유희관. 이제 야구만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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