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제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다. 그런 측면에서 한화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성적이라는 오늘을 쫓자니 리빌딩으로 대변되는 내일에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프로’가 오늘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화는 2일 현재 15승32패1무(승률 .319)를 기록하고 있다. 최하위에 처져 있다. 막내 구단이자 8위인 NC와의 승차는 3경기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있긴 하지만 자존심이 상할 법한 성적이다. 생각보다 올라오지 않는 경기력에 프로 통산 1500승을 앞두고 있는 명장 김응룡 감독의 속도 새까맣게 타고 있다.
그나마 성적은 회복세가 뚜렷하다. 한화는 개막 후 13경기에서 내리 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의 터널이었다. 다만 이 터널을 빠져 나온 뒤의 성적은 15승19패1무(.441)다. 나쁜 성적이 아니다. 13연패 후 팀이 눈물겨운 총력전을 벌인 결과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물량공세로 버텼다. 전력 운영의 차질을 감수한 끝에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한화와 4위 두산의 승차는 9.5경기다. 산술적인 가능성이야 충분히 남아 있지만 중위권이 워낙 두껍다는 게 부담이다. “팀 체질 개선과 4강을 목표로 하겠다”라고 했던 김응룡 감독의 출사표 중 후자의 가능성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미래를 위해 전자라도 잡아야 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김 감독의 ‘개조 프로젝트’는 후퇴하는 기미도 있다.
한화의 2일 NC전 선발 라인업만 봐도 알 수 있다. 한화는 외야에 강동우 김경언 추승우를, 내야는 김태균 한상훈 이대수 이학준을 선발 출장시켰다. 지명타자로는 김태완이, 포수로는 정범모가 나섰다. 이 9명의 선수 중 우리 나이로 20대 선수는 정범모와 이학준 밖에 없었다. 교체 출전한 정현석 최진행도 신진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전지훈련 때 공을 들였던 신예 선수들은 점차 라인업이나 엔트리에서 빠지는 양상이 강해지고 있다. 마운드에 몇몇 신예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성적도 못 내고, 리빌딩도 후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전력이 약하다는 측면에서 애당초 예상된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 가혹하다.
결국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는 지난 2007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리빌딩 시점을 놓친 것이 장기 침체의 원인이다. 당시 한화는 성적을 쫓으며 신예 선수들보다는 기량이 검증된 노장 선수들을 중용했다. 노장 선수들은 끝까지 자신들의 몫을 했지만 이들의 은퇴 후 대체 자원이 없었다. 그 당시의 불찰은 지금도 한화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김응룡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오히려 더 답답해하는 상황이다. 마냥 젊은 선수들을 넣는다고 리빌딩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나 외부 FA 수혈도 타이밍이 있는데 한화는 이마저도 놓쳤다. 주어진 여건 속에서 접점을 찾아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역대 프로야구 감독 중 가장 경험이 풍부한 김 감독의 복안에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어찌됐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최악의 경우만은 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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