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무림의 절대 강자 중 하나였던 류현진(26, LA 다저스)이 큰 꿈을 품고 미국으로 떠났다. 이에 최고 자리를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일단 현재까지는 양현종(25, KIA)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2006년 프로야구 데뷔 후 7년 동안 총 98승을 올린 류현진은 데뷔 후 꾸준히 국내파 최고 좌완의 면모를 유지해왔다. 몇몇 경쟁자들이 도전했지만 류현진의 아성을 완벽히 깨부수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류현진이 없다. 토종 최고 좌완을 향한 도전자들의 보이지 않는 자존심 대결이 흥미로운 이유다.
현재까지 가장 폭발적인 스퍼트를 보여주고 있는 주자는 단연 양현종이다. 2010년 16승 이후 2011년 7승(9패), 2012년 1승(2패)으로 내리막을 탔던 양현종은 올해 KIA 마운드를 이끄는 실질적 에이스 몫을 하고 있다. 전지훈련 때까지만 해도 물음표였지만 이제는 KIA 선발진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수로 발돋움했다. 전지훈련 내내 양현종을 담금질했던 선동렬 KIA 감독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기록은 최고다.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해 6승1패 평균자책점 1.59의 성적이다. 평균자책점 부문 1위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10경기에서 6번이나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성공했고 62⅓이닝을 소화하며 이닝소화능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가장 먼저 반환점을 돌 가능성이 높은 후보다.
이런 양현종에 비해 경쟁자들은 다소 더딘 행보다.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다승왕(17승)에 빛나는 장원삼(30, 삼성)은 9경기에서 4승4패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 중이다. 컨디션 저하로 한 차례 발목이 잡혔다. 다만 경험이 풍부하고 경기운영능력에서는 의문 부호를 달 수 없는 선수다. 앞으로의 활약상에 기대를 걸어보기는 충분하다.
류현진과 쌍벽을 이뤘던 또 하나의 고수 김광현(25, SK)은 이제 막 출발한 상태다. 겨우 내 풍파가 있었던 김광현은 어깨 재활로 경쟁자들에 비해 준비가 늦었다. 현재까지의 성적도 7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4.03으로 썩 좋지는 않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구위가 조금씩 살아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팀에서는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스스로의 자존심 회복 의지도 강하다.
넥센의 영건 강윤구(23, 넥센)도 서서히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아직까지는 제구에 기복이 있다는 평가지만 컨디션이 좋을 때는 누구도 부럽지 않은 구위를 과시한다. 그리고 올 시즌에는 그 좋을 때의 기간을 점차 연장해가는 분위기다. 9경기에서 4승2패 평균자책점 3.65를 올렸다. 생애 첫 두 자릿수 승수를 기대해도 괜찮은 추세다. 그렇다면 한 단계 더 성장한 투수가 될 수 있다.
한편 외국인 좌완들의 대결도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각 팀들이 수준급 좌완들을 적극적으로 수혈했고 그 결과 외국인 좌완 풍년 시대가 열렸다. 평균자책점 2위(1.72)를 달리고 있는 크리스 세든(30, SK),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를 날려 버리며 나란히 6승씩을 수확한 쉐인 유먼(34, 롯데)과 앤디 밴헤켄(34, 넥센)이 양보 없는 일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년간 21승을 거둔 벤자민 주키치(31, LG), 올 시즌 1호 완봉승의 주인공 조조 레이예스(29, SK)도 복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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