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기세가 무섭다. LG는 지난 5월 21일 삼성과의 3연전을 포함해 최근 4번의 시리즈를 모두 가져갔다. 주간 성적 5승 1패, 최근 10경기 성적 8승 2패로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면서 불과 15일전 5할 승률 -5까지 떨어졌던 것을 극복, 24승 23패로 순식간에 5할 승률을 넘어섰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LG는 약점이 분명한 팀이었다. 토종 선발투수 중 단 한명도 풀타임을 경험한 이가 없었다. 지난해 무주공산이었던 포수진에 현재윤이 들어왔지만 현재윤은 2012시즌 단 한 차례도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주축 선수들 대부분은 30대 중반 혹은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부상으로 이탈한다면, 또다시 얕은 선수층 문제에 시달리며 추락할 것 같았다. 때문에 LG는 4강 다크호스 정도의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된 지 2달이 넘었고, 전체 일정에 35%를 소화한 지금, 당시 지적됐던 약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약점이라던 요소들이 팀의 최대 강점이 되고 있다. 90년대 LG가 일으켜온 기적의 신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사이드암 선발투수 우규민과 신정락은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둘 다 경기당 평균 5⅔이닝을 소화하며 선발 전환 첫 해부터 일정 이닝 이상을 소화 중이다. 투구 내용도 좋다. 우규민이 경기당 평균 볼넷 1.58개, 신정락이 2.45개로 각각 리그 1위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볼넷이 적으니 그만큼 투구수도 절약된다. 신정락이 이닝당 투구수 14.7개로 리그 1위, 우규민은 15.1개로 2위에 자리했다. 투수를 평가하는 데 있어 유용한 항목 중 하나인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를 바라봐도 신정락이 1.07로 3위, 우규민은 1.27로 12위다.
5월 중순부터 선발진에 합류한 류제국 또한 기대 이상의 호투로 LG 반등의 시작을 알렸다. 4년 만에 실전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면, 역시 미래를 기대케 한다. 지난 1일 광주 KIA전에선 6이닝 2실점으로 데뷔 3경기 만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초구 볼의 비율이 높아 긴 승부를 벌이곤 하지만 강한 구위를 앞세워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특히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는 리그 정상급 투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LG는 류제국이 첫 선발 등판한 5월 19일부터 6월 2일까지 10승 3패로 이 기간 리그 1위다. 류제국이 승리의 아이콘이 되고 있는 것이다.
포수진에 붙었던 커다란 물음표는 느낌표가 되고 있다. 개막과 동시에 현재윤이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맹활약했다. 4월말 현재윤이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윤요섭과 긴급 트레이드로 합류한 최경철이 든든하게 홈 플레이트를 지키는 중이다. 최근 10경기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2.27로 리그 1위. 이는 투수들의 호투에 윤요섭과 최경철의 경기 운영이 더해진 결과다. 역할 분담도 확실하다. 최근 윤요섭이 리즈 우규민 류제국과, 최경철은 주키치 신정락과 호흡을 맞추며 경기 후반에는 체력 안배를 위해 서로 교체된다. 도루 저지율 또한 각각 4할과 3할9푼1리로 20경기 이상을 소화한 포수 중 리그 전체 2위와 3위다. 현재윤의 합류까지 염두에 두면, LG 포수진은 더 이상 무주공산이 아니다.

선수층 또한 몰라보게 두터워졌다. 상위권으로 평가받았던 불펜진에 3년차 신예 임정우가 더해지면서 불펜 평균자책점 2.92, 리그 최강이 됐다. 지난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가능성을 보였던 임정우는 막강한 구위와 함께 올 시즌 피안타율 1할9푼으로 셋업맨 유원상의 부상 공백을 완전히 메우고 있다.
타선에선 3할대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정의윤 권용관 문선재 김용의가 그동안 가려웠던 부분을 긁어주는 중이다. 최근 4번 타자로 고정된 정의윤은 5월 타율 3할7푼6리로 이병규(9번)와 함께 잠자던 LG 타선을 깨웠다. 백업 내야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였던 권용관은 홈런포와 홈쇄도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기며 최근 3루수로 선발 출장,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고 있는 정성훈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멀티내야수 문선재와 김용의는 시즌 시작부터 공수주에서 맹활약, 이제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들이다. 특히 문선재는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타석에선 연장 결승타, 수비에선 2이닝 포수마스크를 쓰며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했다.
아직 LG는 단 한 차례도 100% 전력을 가동하지 않았다. 5월 31일 이진영이 합류한 것을 시작으로 유원상 이병규(7번) 현재윤 등이 줄줄이 돌아올 계획. 이대로라면 26인 엔트리에서 누구를 제외해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예비전력이 풍부한 만큼, 악재를 호재로 바꿔버린 LG의 신바람 또한 쉽게 꺾이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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