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패의 후유증을 겪을 것인가.
지난 2일 광주 LG전을 앞두고 KIA 선수들이 머리를 모두 빡빡 밀었다. 주장도 아닌 차일목이 삭발을 하고 나타나자 선후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머리를 짤랐다. 그것도 훈련도중 짬짬히 시간을 내서 라커룸에서 밀었다. 하나 둘씩 까까머리를 되더니 경기가 시작되자 모두 민둥머리가 되었다.
최희섭은 엊그제 미장원을 찾아 곱게 파마머리를 손질했으나 단 며칠만에 시원하게 밀어버렸다. 나지완의 갈색 머리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김선빈의 멋스럽게 다듬은 머리도 마찬가지였다. 속으로는 얼마나 아까웠을까. 이유는 한 가지. 팀이 위기에 빠졌으니 한마음으로 잘해보자는 것이다.

그러면 야구는 달라졌을까. 빡빡머리에 농군 패션으로 나선 선수는 1회부터 눈빛이 강렬했다. 상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줄 알았다. 어떡하든 출루하려고 기를 썼고 기회가 오면 주자를 불러들이려고 노력했다. 이날만은 LG 리즈가 던지는 공포의 155km짜리 볼을 맞고라도 나가려는 모습이었다.
KIA가 뽑은 4점은 그렇게해서 뽑았다. 이 가운데 3점은 안타없이 내야땅볼과 희생플라이 2개로 건져냈다. 선수들의 마음과 움직임을 그대로 볼 수 있는 득점이었다. 지난 5월 한 달동안 무기력한 야구를 했던 선수들은 아니었다. 이날 KIA 선수들의 마음은 한곳에 있었다.
그러나 승부의 여신은 커다란 시련을 안겨주었다. 소방수 앤서니가 9회초 믿기지 않는 블론세이브를 했다. 4-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을 내주었고 결국 연장 승부끝에 역전패를 당했다. 선수들이 모처럼 한마음으로 승리를 눈앞에 두었으나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아무래도 대역전패의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긴 경기를 놓쳤다는 아쉬움에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날 KIA 공격은 새로운 실마리와 희망을 보여준 것도 분명하다. 과연 KIA의 희망야구가 대역전패에 주저앉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방정식으로 자리잡을 것인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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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