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뒷심’ LG, 이전과는 다른 올 시즌 흐름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6.03 10: 30

경기 후반이면 투타의 집중력이 확연히 높아진다. 타자들은 상대 필승조를 무너뜨리고 불펜 투수들은 상대 타선을 완전히 봉쇄한다.
LG가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10경기 8승 2패를 기록 중인 가운데 8승 중 역전승만 5번이다. 시즌 전체를 놓고 봐도 역전승 13번으로 넥센에 이은 리그 2위, 7회까지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은 횟수도 5차례로 넥센과 함께 리그 최다다. 불과 몇 년 전 결정타 불발과 허약한 불펜으로 경기 막판 고개를 숙였던 것을 돌아보면 상전벽해가 아닐 수 없다.
역전승의 가장 큰 요인은 역시 막강 불펜이다. 상대의 추가점을 봉쇄하며 끝까지 물고 늘어지게 만든다. LG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2.92로 9개 팀 중 유일하게 2점대를 마크하며 리그 전체 1위에 자리 중이다. 블론세이브도 2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마무리투수 봉중근이 12세이브를 올리면서 평균자책점 0.49, 정현욱은 8홀드 평균자책점 2.28, 이동현은 5홀드 평균자책점 1.48로 철벽 필승조를 구축했다. 여기에 류택현 이상열 베테랑 좌완릴리프가 노련함을 앞세워 각각 3홀드씩을 기록했다. 좌우투수들이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는 만큼, 불펜 운용이 정박자를 이룬다. 추격조 임정우의 피안타율이 1할9푼인 것만 봐도 올 시즌 LG 불펜이 얼마나 강한지 체감할 수 있다.
타선도 경기 후반 한층 더 날카로워진다. 정규 이닝 막바지인 7회에서 9회까지 타율 2할9푼7리, 득점권 타율 3할2푼5리로 9개 구단 2위다. 7회 이후 2점차 이내 상황 타율도 2할9푼이다. 특히 이병규(9번) 권용관 문선재는 7회부터 9회 사이 득점권 타율이 5할에 이른다.
기록뿐이 아닌 과정도 좋다. 선수와 감독·코치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다. 문선재는 2일 광주 KIA전 10회초 결승타를 날린 순간을 돌아보며 “코치님께서 다음 타자가 봉중근 선배인 만큼 투수가 내게 좋은 볼은 주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치라고 하셨다. 그래서 변화구를 노렸다”고 밝혔다. 실제로 문선재는 박경태의 낮게 깔린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역전승을 쌓아갈수록 자연히 시즌 성적도 좋아진다. 무엇보다 언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되면 위기를 즐기고 극복할 수 있게 된다. 타자들은 투수들을, 투수들은 타자들을 믿으며 팀을 위해 헌신하고 끈기가 생긴다.
LG는 2008시즌부터 지난 5년 동안 시즌 중반 5할 승률 붕괴 후 단 한 차례도 반등하지 못했다. 2011시즌에는 8월 6일 5할이 붕괴된 후 추락했고 2012시즌에는 6월 24일이 내리막의 시발점이 됐다. 그리고 올 시즌처럼 5할 -5까지 떨어지고 나서 다시 올라선 경우는 전무했다. 올 시즌 LG 선수들의 정신무장 자체가 달라졌음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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