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37, 삼성)은 인터뷰의 정석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팬들 사이에서 '인터뷰 정석의 저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뛰어난 실력과 훌륭한 인품을 겸비한 이승엽은 인터뷰 내내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2일 대구 롯데전서 시즌 4호 우월 스리런을 터트리며 수훈 선수로 선정된 이승엽은 경기 후 MBC 스포츠 플러스와의 방송 인터뷰를 통해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
▲ 나보다 우리
이승엽은 인터뷰할때마다 팀 승리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단순히 립서비스의 차원이 아니다. 평소 득점 찬스에서 삼진 혹은 범타로 물러난 뒤 누구보다 아쉬워 하는 그이기에.

이승엽은 이날 경기 후 "일단 팀이 3연패에 빠지지 않아 기쁘다. 나의 홈런보다 최형우가 결정적인 순간에 홈런을 때렸다"고 동료에게 공을 돌렸다. 이승엽은 최근 들어 찬스 때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팀의 중심 타자로서 제 몫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 만족은 없다
이승엽은 이날 개인 통산 349호째 홈런을 터트렸다. 앞으로 홈런 3개를 추가하면 개인 통산 최다 홈런 신기록의 주인공에 등극한다. 하지만 그는 대기록 달성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사실 (홈런 신기록 달성을) 신경쓸 시기가 아니다. 시즌은 길고 언젠가는 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예전의 타격감을 되찾는 게 급선무다. 홈런 신기록 달성까지 3개 남았다고 들뜨거나 빨리 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타석에서 좋은 타구를 생산해야 한다는 마음 뿐이다".
시즌 4호째 홈런을 쏘아 올렸지만 기쁨보다 아쉬움이 더욱 컸다. 이승엽은 "타격할때 손이 먼저 나와야 하는데 배트 끝이 먼저 나온다. 오늘 홈런도 우중간으로 넘어갔으면 좋았을텐데 우익선상을 타고 가는 홈런이었다. 그것만 잡히면 타구의 질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깨알같은 위트
이승엽은 인터뷰 때 재치있는 입담을 선보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평소 오락 프로그램을 즐겨 보며 감각을 조율한다는 후문.
지난해 미디어데이 때 박찬호(당시 한화)와의 투타 맞대결에 대한 물음에 "이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람쥐"라고 대답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든 적이 있다. 2일 인터뷰에서도 "3번 타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그간의 아쉬움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수은주가 오를수록 이승엽의 방망이 또한 후끈 달아오른다. 그의 이름 앞에 '여름 사나이'라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여름 사나이'라는 표현에 대해 "그랬었다"며 웃은 뒤 "올해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여름 대공세를 다짐했다.
이승엽은 언제나 자신을 낮춘다. 그래서 '스포츠스타' 이승엽이 아닌 '인간' 이승엽에 대한 따뜻한 마음씨가 부각되기도 한다. 그의 품성은 인터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감동과 겸손이 공존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마련하는 신인 선수 교육에는 '인터뷰 기법'이라는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KBO 홍보팀장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이승엽의 인터뷰 화법이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
프로 무대에 첫 발을 내딛은 새내기 선수라면 이승엽의 실력과 품성 못지 않게 인터뷰 또한 배워야 할 것 같다. 분명한 건 언변만 뛰어나다고 인터뷰 스킬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평소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춰야만 한다. 이승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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