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박찬호-김병현 사례로 본 '현명한 휴식'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6.03 14: 30

LA 다저스 류현진(26)이 한 템포 쉬어간다. 류현진은 "좋고 나쁠 것 없다"고 말했지만,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무리하지 않는 게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당초 예정된 3일(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 원정경기에 등판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LA 에인절스전에서 타구에 맞은 왼 발 통증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등판 전날까지도 확실하게 결정을 하지 못했지만 매팅리 다저스 감독도 류현진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류현진은 "발 상태가 계속 좋아지고 있지만 무리하지 않기 위해 안 던진다고 했다. 아직 완전치 않은 상태인 만큼 괜히 던지다가 3~4회에 아프면 팀에 더 폐를 끼치게 된다"며 "어차피 던질 것 좋아진 상태에서 던지는 게 낫다"고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밝혔다. 

사실 이게 당연한 것이다. 한국의 정서는 혹사를 투혼으로 미화시키곤 하지만 몸이 재산인 프로선수라면 자신의 몸을 우선으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더욱 활발하게 밝힐 수 있는 메이저리그라면 더욱 그렇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거답게 부상에 잘 대처하고 있다. 
과거 한국 메이저리거들의 부상에 대한 대처를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박찬호는 LA 다저스 전성기 때부터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안고 있었다. 특히 FA 자격을 얻는 해였던 2001년에는 시즌 중반부터 허리 통증이 계속 됐지만 꾹 참고 뛰었다. 박찬호는 FA가 된 후 텍사스 레인저스와 5년간 총액 6500만 달러 대박을 터뜨렸으나 이후 허리 부상이 더욱 악화돼 내리막길을 걸었다. 
김병현도 부상하면 빼놓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김병현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이었던 2003년 4월15일 콜로라도전에서 선발등판했으나 6회 프레스톤 윌슨의 부러진 방망이에 오른쪽 발목을 맞았다. 부상 후에도 자신의 이닝을 다 마친 김병현은 이후 3경기를 더 나왔으나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후 김병현은 더 이상 전성기 시절의 공을 못 뿌리고 있다. 
박찬호-김병현과 달리 류현진은 '참고 던지는' 미덕 아닌 미덕을 발휘하지 않았다. 팀의 상황도 급하지만 월드시리즈 7차전처럼 중요한 경기도 아니다. 무리해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아래 현명한 결정을 내렸다.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 이후 기세등등할 수 있었지만 한 템포 쉬어가며 멀리 내다보는 길을 택했다. 
감독의 배려와 결정도 무시할 수 없다. 박찬호와 김병현이 부상을 참고 뛸 당시 그들은 각각 짐 트레이시, 밥 브렌리 감독과 불화가 있었다.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 매팅리 다저스 감독 역시 하루 전날까지 류현진의 등판을 바랐지만 결국 선수의 몸을 우선시하기로 했다. 
하루 하루가 급한 다저스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 류현진의 등판을 미루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매팅리 감독은 "그가 무리하기를 원치 않는다. 3~4일 더 쉬는 게 낫지, 무리하다 3개월 이상 부상을 당하면 팀 전체에 큰 문제"라고 말했다. 류현진의 인복도 그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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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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