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 김신욱(25, 울산)이 베이루트로 진격한다.
최강희호의 레바논전 선발멤버가 사실상 확정됐다. 대표팀은 2일 새벽 베이루트 시립경기장에서 최종전술을 시험했다. 이 자리서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34, 전북)을 원톱에 세우고 이근호(28, 상무)와 이청용(25, 볼튼)을 좌우날개로 포진시켰다. 김보경(24, 카디프 시티)은 중앙에서 지원사격을 한다.
아쉽지만 선발멤버에 김신욱의 자리는 없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동국이 선취골을 터트리지 못한다면 김신욱은 후반전 조커로 기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력상 열세인 레바논은 수비를 두텁게 세운 후 역습을 통해 한 방을 노릴 전망.

수비가 밀집된 상태에서 공격수는 쉽사리 공을 건네받지 못한다. 이 때 공격수는 수비수를 등지고 서는 ‘포스트플레이’를 펼쳐야 한다. 제공권 장악을 위해서는 높이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서 196cm의 김신욱만큼 적합한 선수가 없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7골을 터트린 그는 검증받은 공격수다. 본인이 골을 넣지 못해도 공중볼을 따내 헤딩으로 떨궈주는 어시스트가 매우 위력적이다.
그런데 김신욱은 대표팀에서 썩 활약이 만족스럽지 않다. 최고선수들이 모두 모이는데 오히려 김신욱을 잘 써먹지 못한다. 왜일까? 김신욱은 조작법이 복잡해 ‘사용설명서’를 잘 읽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최강희 감독은 김신욱에 대해 “대표팀만 오면 멘탈적으로 강한 선수다. 의욕이 지나칠 정도다. 좋은 공격옵션이다”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실제로 경기서 써먹을지에 대해선 다소 걱정을 드러냈다. 김신욱은 좋지만 동료들과 호흡이 완전치 않기 때문.
최 감독은 “신욱이가 들어가면 (동료들에게) 불필요한 킥이 나온다. 하프라인을 넘지도 않았는데 선수들이 크로스를 올린다. 그래서 ‘뻥축구’한단 소리가 나온다. 상대가 밀집되어 있을 때 심리적으로 쫓겨서 롱패스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김신욱의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동료들과의 호흡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김신욱의 머리에 정확하게 패스를 올려줄 이청용, 김남일 등 미드필더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강희 감독은 “김신욱은 좋은 옵션인데 축구스타일이 그렇게 나온다. 클럽에서는 계속 똑같은 멤버들이 주말마다 뛰니까 익숙해져서 언제 킥을 할지 안다. 대표팀서는 그런 부분이 잘 안 된다. 신욱이 말고도 다른 옵션이 많다. 어쨌든 김신욱은 좋은 옵션”이라고 인정했다.
한국은 이동국이 선취골을 터트려 기선을 제압하는 게 최선이다. 다만 만일의 경우 김신욱이 해결사로 나설 수 있다. 거인이 베이루트를 점령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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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