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의 적극적인 스킨십, LG를 하나로 만들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6.03 14: 20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기적과도 같은 대역전극에 성공한 후 LG 김기태(44) 감독은 선수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승리에 대한 기쁨보다는 한국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올인’ 용병술에도 온 몸을 날려준 선수들에게 곧바로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했다. 실제로 이날 경기서 LG는 이미 9회초에 야수진을 모두 소진했다. 그러면서 경기 막바지 내야수 문선재가 포수로, 투수 임정수가 대주자로, 외야수 이병규(9번)가 1루수로 기용됐다. 이들 모두 익숙하지 않은 자리서 최선을 다했고 결국 극적인 역전승을 이뤄냈다.
김기태 감독과 ‘리더십’이란 단어는 뗄 수 없는 관계다. 현역시절 쌍방울 삼성 SK 등을 거치며 주장을 맡았고 언제나 후배들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다. 김 감독의 리더십은 지난해 LG 사령탑에 오르고 난 후에도 여전했다. LG 선수단 내부 잡음을 최소화시켰고 선수들은 자연스레 팀을 위해 희생했다.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하거나 기나긴 연패에 빠질 때마다 LG 선수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에 머리를 모았다. 유독 LG에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적어도 지난해를 기점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김 감독은 단 한 차례도 패배의 원인을 선수에게 돌리지 않았다. 투수가 어이없는 제구난조로 승리를 지키지 못해도, 야수가 수비 실책으로 다 잡은 승리를 놓쳐도, 특정 포지션조차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대타나 대수비, 번트 작전 등이 실패했을 경우 항상 “감독이 잘못한 탓이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이러한 모습에 선수들 또한 자신의 실수, 실패의 원인을 다른 이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다. LG는 ‘핑계’가 없는 팀이 됐다.
김 감독은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해 주위 사람들과 의사소통한다. 또한 권위보다는 화합을,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소통을 추구한다. 잠실구장 1루 덕아웃에는 감독 전용 의자가 있지만 김 감독은 “세상에서 가장 권위적인 의자 같다, 지금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조그만 간이 의자에 앉곤 한다. 그리고 언제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한다. 1군은 물론 2군 선수들의 성격과 환경도 조용히 꿰뚫고 있다.
민감한 일이 발생했을 때는 즉시 푼다. 뒷끝이 없다. 일주일 전 논란이 된 세리머니 사건 때도 “선수가 잘못한 것은 감독 책임이다. 선수단의 부모이자 감독 입장에서 못 가르쳤기 때문에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며 선수단을 대표해 사과했다.  
2군 사령탑을 맡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김 감독을 지켜본 모 관계자는 “김 감독은 그야말로 타고난 리더다. 이론적인 학습을 통해 체득한 게 아닌,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익힌 인물이다. 김 감독은 자신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집중하게 하는 재능이 있다”고 김 감독을 평가했다.
김 감독의 이러한 면은 지난겨울 확연하게 드러났다. FA 자격을 얻었던 주축 선수 정성훈과 이진영 모두 “김기태 감독님과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는 이유로 LG와 재계약을 맺었다. 삼성 최강 불펜진의 맏형 역할을 했던 정현욱 또한 LG와 FA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감독님과는 예전에 감독님이 삼성서 선수 생활할 때 좋은 인연을 맺었다. 감독님은 당시 최고참임에도 항상 유쾌하게 선수들을 이끌었다. 감독님께서 ‘함께 해보자’고 하셨고 바로 이에 응답했다”고 밝힌 바 있다.
LG 주장 이병규는 올해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사실 선수였다가 감독이 되면 변하시는 분들이 많다. 물론 감독이라는 자리가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변함 없이 마음으로 다가오신다. 실제로 우리 선수들도 많이 놀랐다. 이런 게 선수 입장에서는 굉장히 크게 다가온다”며 “감독님 한 분을 위해 야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성적을 내면 감독님과 오래 있을 수 있다”고 김 감독과 함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는 염원을 드러냈었다. 
LG 선수들은 김 감독을 두고 “강인하신 듯 보여도 속은 누구보다 깊고 따뜻한 분이다”고 입을 맞춘다. 지난 2일 승리 후 선수단을 향해 고개 숙인 김 감독의 진심 또한, 고도의 긴장감 속에 혈투를 치른 LG 선수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이렇게 LG는 자연스럽게 하나로 뭉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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