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베이루트 리포트] ‘붉은악마 원정취소’ 레바논 지역경제 울상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06.03 15: 59

‘붉은악마 특수’를 기대했던 레바논 교민들이 한숨을 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1일(이하 한국시간) 안전을 우려를 표한 외교통상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붉은악마의 레바논 원정을 취소했다. 시도협회 단체장들까지 합할 경우 130여명이 넘는 대규모 응원단이 한국에서 파견될 계획이었다. 3일 오전 대표팀을 태우고 돌아올 전세기는 예정대로 레바논에 입국했다. 항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비행기가 텅텅 비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대사관측은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현재 레바논은 시리아내전에 관여한 사실을 공식 인정하고 있다. 이에 헤즈볼라와 시리아반군세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특히 경기장 주변은 레바논 정규군과 반군이 대립하는 위험지역이다.

현재 레바논에는 약 100명에 가까운 교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대부분 관광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바논에는 한국인 유학생도 거의 없다고 한다. 이들은 붉은악마를 통해 반짝특수를 기대했다. 현지에서 지내려면 이동할 차량대여, 숙박, 통역 및 가이드 등이 필수적이다. 특히 교민들은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맞춤형 관광을 제공해줄 수 있다.
한국응원단이 갑자기 예약을 취소하면서 레바논 지역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2일 대표팀이 레바논에 입성했다. 붉은악마는 대표팀이 묵는 호텔 주변에 숙소를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변이 한눈에 보이는 이 지역은 베이루트에서도 유명한 관광명소라 늘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날 주변호텔 객실은 하나같이 어두웠다. 한국인들이 한꺼번에 예약을 취소하며 머무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
한 교민은 “아무래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대사관과 교민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레바논은 긴장감이 흐른다. 하지만 쇼핑거리에는 미국브랜드가 즐비하다. 또 밤에는 여유를 만끽하는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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