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배우로서의 경력 때문일까. 이홍기가 영화 ‘뜨거운 안녕’의 주연을 맡았다고 했을 때, 그다지 낯설다거나 불안한 느낌은 없었다. 노래든 연기든 끼 하나는 타고난 연예인이기에 어떤 모습일까, 도리어 궁금해졌을 정도. 그럼에도 의문은 든다. 현실에서 아이돌인 것도 모자라, 영화 속에서도 또다시 아이돌이기를 택했나. 이홍기는 극 중 사고를 치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사회 봉사활동을 오게 된 까칠한 아이돌 가수 송충의 역을 맡았다.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저의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는 못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호스피스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도 잘 몰랐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라 제가 하기엔 힘들 것 같기도 했고요. 저는 그래요. 노래할 때나 연기할 때나 제가 실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저만의 주관이 있거든요. 그런데 회사에서 '한 번만 더 읽어 봐라. 후회 한다'고 해서 두 번 다시 읽었어요. 그러면서 호스피스의 의미를 찾아봤고, '아 그래서 이렇게 되는 구나'하고 시나리오를 이해하겠더라고요. 고민을 좀 하긴 했어요. 그래도 이 영화는 결과가 어찌되든 간에 제 인생에 교훈을 주고 의미가 깊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됐죠”
‘뜨거운 안녕’은 폭행사건에 휘말려 호스피스 병동으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은 아이돌 가수가 전직 조폭 출신 뇌종양 환자부터 밤마다 업소에 다니는 간암 말기 가장, 엽기 도촬이 취미인 백혈병 꼬마 등 나이롱 시한부 환자들의 락밴드 오디션을 돕기 위해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이홍기는 웃음이 담겨

있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이 영화를 찍으며 나름대로 깨닫게 된 것들이 많다고 했다.
“여러 가지 교훈을 얻었어요. 첫 번째로는 가족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고 두 번째로는 내 주변 사람의 소중함을 알았고요. 마지막으로는 짧은 인생이지만,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걸 이뤄가기 위해 좀 더 되돌아보고 거기서 다시 한 번 ‘이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 싶은 것들은 좀 더 노력해보자. 그거에요, 죽기 전에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후회하고 싶지 않은 거? 멋있는 인생을 살고 싶은 거죠.”

극 중 송충의는 까칠하지만 내면으로는 상처와 여린 구석을 지닌 아이돌 스타다. 까칠해 보이는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 모습이 닮았냐는 말에 이홍기는 “실제는 더 하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더 그래요. 충의보다 놀 때는 더 놀고, 까칠할 땐 더 까칠한 편이에요. 제 안에 여러 명이 있어요. 충의의 경우 감독님은 ‘충의의 본심은 너무 착하고 순수한 아이지만, 사회적 영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변한 거다’라며 착한 본성을 드러내줘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저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놀 땐 확 놀고, 툭툭거릴 땐 더 툭툭거리고 해 줘야 가면 갈수록 성장되는 모습이 부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걸 감독님께 말씀 드렸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그렇게 제가 원하는 것과 감독님이 원하는 것의 중간점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며 연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첫 영화 촬영은 너무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늘 쫓기듯 촬영을 해야 했던 드라마와는 달리 연기를 위해 집중할 시간도 주어졌고, 밥시간도 꼬박꼬박 챙겨준 게 감동이었다. 특히 선배 배우 마동석과는 밥에 민감한(?) 점이 비슷했다. 촬영을 하다가도 점심시간쯤이면 촬영장에 퍼지는 음식냄새를 맡으며 점심 메뉴로 뭐가 나왔는지를 맞추는 장난을 치면서 가까워졌다고. 언론배급시사회 때 서로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던 동갑내기 백진희와도 친한 친구가 됐다.
“정말 친한 친구에요. 영화를 위해서는 여자로 보였어야 되는데, 초반부터 장난을 너무 많이 쳐서 그렇게 안 됐어요. 둘이 장난을 치다가 NG를 많이 냈어요. 대사를 주고받는 신에서 한 사람씩 자기 커트를 찍을 때 서로를 바라보면서 이상한 표정을 짓거나 그런 식으로요. 대사는 똑같이 쳐주는데 표정은 이상하게 지으면서도 서로 잘 참고 했던 것 같아요”
영화는 매우 바쁜 상황 속에서 완성됐다. FT아일랜드의 일본 활동 때문에 불가피하게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시간을 내 영화를 찍어야 했던 것. 그러나 함께 촬영했던 선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너무나 많은 배려를 해줬고, 무사히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이홍기는 작곡에 힘을 쏟았다. 그의 자작곡은 처음으로 이번 영화의 일본판 OST에 쓰이게 됐다. 제목은 ‘오렌지색 하늘’이다.

“원래 앨범에 넣으려고 곡을 썼었어요. 처음에 OST 일본 노래 후보 중 세 개가 있었어요. 그런데 조금 영화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이럴 바에 내 곡으로 해보자 싶어 회사에 물었죠. 회사와 영화사에서 오케이가 나고, 일본 프로듀서와 일본 회사 분, 저랑 셋이 모여 영화 가편집 된 것을 보면서 테마를 정하고, 가사를 썼어요. 오전 9시에 시작해 새벽 3시까지 썼어요. 사람들의 반응이 많이 궁금했었는데, 좋던데요? 내가 곡을 잘 썼어(웃음)”
영화를 본 멤버들의 반응은 좋았다. 특히 아이돌 가수로서 같은 아이돌 가수가 주인공인 영화를 보며 깊은 공감을 느꼈다는 것.
“다들 입소문만 잘 나면 될 것 같대요. 승현이랑 민환이는 펑펑 울었대요.(웃음) 민환이가 제일 웃겼어요. 싸우는 장면에서 그냥 펑펑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돌 연예인의 고충 같은 걸 느껴서 너무 슬펐다나요? 종훈이는 공인으로 느껴야 할 교훈 같은 걸 많이 얻었대요”
이홍기는 멤버들의 좋은 반응이 싫지만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이후 이홍기는 영화 홍보 일정에 주력하고, 오는 15일부터는 약 한달 간 일본 전국을 도는 대규모 아레나 투어 ‘FT아일랜드 아레나 투어 2013-프리덤(FTISLAND Arena Tour 2013~FREEDOM~)’을 개최할 예정이라 또 다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게 된다. 매우 바쁜 삶을 보내고 있음에도 그는 연기와 노래 모두 다 잘하고 싶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 강조했다. 앞으로 반전이 있는 역할을 꼭 해보고 싶다는 말과 함께.
“범생이 아니면 바보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혹은 누굴 완전 괴롭힌다던가, 아니면 평범한 학생도 해보고 싶고요. 왜 있잖아요. 평소엔 평범하고 밤에는 반전인 학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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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