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봉중근 ‘자책 부상’ 털고 4강 이끈다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3.06.04 08: 01

지난 해 6월 22일 잠실구장 롯데-LG전.
트윈스가 4-2로 앞선 9회초 투아웃에 자이언츠 강민호가 마무리로 나선 봉중근으로부터 짜릿한 동점 투런홈런을 뽑아냈습니다. 경기는 연장 12회 끝에 자이언츠의 6-5 역전승.
마무리 전향 후 처음으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봉중근은 자책감에, 분에 못이겨 9회초가 끝난 다음 덕아웃으로 들어와 뒤편 소화전을 오른 주먹으로 냅다 내리쳤습니다.

LG는 작년 6월 타선이 전체적으로 침체해 2위~4위를 오르내리던 중 팀의 주축 선수 봉중근이 황당하게 스스로 오른 손등 골절상을 입어 3주간 결장하자 추락하기 시작해 결국 8개 팀 중 7위로 마감, ‘가을 야구’는 10년 연속 날아갔습니다.      
지난 해와 달리 LG는 올 시즌 초반 하위권에 머물다 올 우승 후보 KIA를 원정 경기서 3연파하고 5연승을 기록, 반전에 나섰습니다.
그것도 6월 2일 마지막 대결에서 0-4로 다 지고 있다가 9회초에 동점을 만들고 10회에 기적 같은 역전극을 연출, 5-4로 승리, 승률 5할을 넘어서며(24승23패) 팀 분위기가 완연히 살아났습니다.
역대 9회 최다 득점차 역전승은 5점차로 해태가 1990년 6월 3일 광주 홈경기에서 롯데에게, LG가 2006년 8월 16일 잠실에서 롯데에게 각각 5점차 역전승을 거둔 사례가 있는데 세번째로 최다 득점차 역전 드라마를 쓴 것입니다.
현재 LG는 9개 팀 중 6위로 공동 선두 삼성-넥센과는 6경기 차이로 떨어져 있지만 3위 롯데-4위 두산과 승차는 0.5 게임 차이고 5위 KIA와 승차는 제로로 4개 팀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습니다.
김기태 트윈스 감독은 올 초 선수단 시무식에서 “우리는 팬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면서 “작은 것보다 큰 것을 목표로 삼아달라. LG는 개인의 힘으로 절대 되는 팀이 아니다. 모두가 하나 되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나부터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당부했습니다.
LG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6월 승부에 달려 있습니다.
이 중심에는 마운드에서 불펜을 맡은 봉중근(33)과 정현욱(35)이 있습니다.
4년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이 준우승을 차지하는데 나란히 수훈을 세웠던 베테랑들입니다.
봉중근은 3일 현재 18경기, 18 1/3이닝 투구에 3승무패12세이브, 블론세이브 제로, 무피홈런, 평균자책점 0.49를 기록하고 있고,
정현욱은 24경기 27 2/3이닝 투구에 2승3패1세이브8홀드, 블론세이브 2개, 피홈런 2개, 자책점 2.28를 마크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자책 부상=황당 부상을 당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한 봉중근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어떻게 달라질 지 주목할 만합니다.
봉중근은 2일 KIA전에서 팀이 9회에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자 채 준비를 않고 서둘러 9회말부터 등판해 2이닝을 던졌습니다.
그는 10회말 선두 타자 김선빈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김주찬을 4-6-3 더블플레이로 처리하고 이범호와 나지완에게 잇따라 볼넷을 내주기도 했으나 윤완주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무실점 호투, 든든한 마무리 몫을 해냈습니다.
이날 그는 10회초 문선재가 결승타를 때린 뒤 2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소속이던 2002년 9월 30일에 뉴욕 셰이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메츠전에 대타로 등장한 적은 있으나 한국 무대에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는 타석 바깥쪽에 물러나 공 4개를 서서 바라본 채 삼진을 당했습니다.
아마도 예전 같았으면 봉중근은 적극적으로 안타를 노려 방망이를 휘둘렀을 것입니다.
신일고 2학년 시절 청룡기 타격•타점왕, 황금사자기 타격왕에 올랐고 2학년 당시 타율이 6할7푼을 기록했던 그였습니다.
고교 졸업 후 1997년 메이저리그 애틀랜타에서 데려갈 때 스카우트는 ‘한국의 베이브 루스’라며 그를 평가하기도 했으나 투수로 전향했으며 2004년 신시내티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타격코치로부터 타자전향을 끈질기게 권유 받기도 한 봉중근입니다.
2004년 귀국해 LG에 입단한 다음 남해에서 훈련할 때 KIA의 최희섭과 홈런레이스를 벌였는데 그는 20개 타구 중 8개를 넘겼고 최희섭은 4개를 넘긴 적도 있습니다.
LG는 5월 들어 셋째 주까지 13경기에서 3승 10패에 그쳤지만 삼성전과 SK전으로 이어진 5월 마지막 주 6경기에서 4승 2패 2연속 위닝 시리즈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고전하던 LG가 반전할 수 있었던 것은 불펜의 지속적인 호투가 뒷받침되었습니다.
올 시즌 개막 이후 LG는 불펜만큼은 꾸준히 제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불펜을 이끈 주축은 봉중근과 정현욱입니다.
LG는 지난 해 말 삼성의 최정상급 불펜 정현욱이 자유계약선수(FA)가 된 후 팀과 우선 협상에서 합의가 잘 되지 않자 재빨리 4년에 옵션을 포함한 총액 최대 28억6천만원에 계약을 체결, 확보했습니다.
LG는 정현욱을 영입한 투자금에 삼성에 건네야 하 보상금까지 포함해 무려 1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자해 전년도에 놓친 3명의 FA 선수 한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 삼성과 3대 3 맞트레이드를 양 구단간에 처음으로 실시해 포수 현재윤, 내야수 손주인, 투수 김효남을 데려오고 김태완, 정병곤, 노진용을 내주었는데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봉중근은 작년 시즌 후 어깨 부상으로 4개월을 치료하느라 제3회 WBC에도 출전치 못하고 지난 3월부터 컨디션을 회복해 팀의 10년만의 4강 진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가 베테랑 정현욱과 함께 4년전 WBC 때와 같이 기대 이상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지 지켜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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