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 정의윤, 여전히 무궁무진한 잠재력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6.04 06: 17

최근 LG의 상승세는 정의윤(27)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월말부터 득점력 빈곤에 허덕이며 추락하던 LG는 정의윤을 클린업트리오에 놓으면서 반등했다. LG는 5월 22일 삼성과 대구 원정 3연전 두 번째 경기부터 정의윤을 3번 타순에 배치, 이후 경기당 평균 5.1점을 올리며 9승 2패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4월 30일부터 5월 21일까지 경기당 평균 3점을 뽑고 5승 15패로 허덕였던 것과 완전히 상반된다.
정의윤은 5월 29일 잠실 한화전에선 올 시즌 처음으로 4번 타자로 나섰고 이를 기점으로 최근 5경기 연속 4번 타자로 출장 중이다. LG 김기태 감독은 정의윤을 상징적인 자리에 놓은 것을 두고 “타자라면 4번 타순이 가장 치고 싶은 타순 아닌가. 언젠가는 4번 타자로 써야겠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고 정의윤은 4번 타자로 나와 타율 3할6푼4리 OPS .982를 찍으며 김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물론 단순히 타순이 변해서 나온 결과는 아니었다. 정의윤은 지난해부터 김무관 타격코치와 변화에 매진하며 땀 흘렸다. 그러다가 올 시즌 최근 테이크백 동작을 최소화하기 위해 배트를 오른쪽 귀에 가깝게 뒀고 스탠스도 열어놓았다. 정의윤은 자신의 타격 자세에 대해 “김무관 타격코치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오픈스탠스를 잡고 배트를 머리에 가깝게 둬서 테이크백을 작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화는 타격 자세뿐이 아니다. 정의윤은 “이전보다 확실히 주자 상황에 맞는 타격, 볼카운트에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하는 것 같다”며 “장타 욕심은 없다. 안타 치다보면 장타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홈런 같은 거는 신경 안 쓰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정의윤이 투수와 공 하나하나를 놓고 세밀한 싸움을 벌이고, 타석에서의 마음가짐도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김무관 타격코치는 정의윤의 가장 달라진 점 중 하나로 마인드를 꼽았다. 김 코치는 “예전에 의윤이는 안 될 때, 나쁠 때 더 투수에게 덤비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면서 부진이 길어지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많이 차분해지고 침착해졌다. 멘탈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코치는 “타자는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어떤 멘탈을 갖고 타석에 서느냐가 중요하다. 어차피 100번 중 70번을 실패한다. 그렇다면 그 70번을 어떻게 실패하느냐가 관건이다. 자기 자신이 뭐가 안 돼서 실패했는지, 메커니즘 문제인지, 마인드 문제인지, 스스로 진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즉, 자신을 잘 파악해야 슬럼프가 짧아지고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역 시절 리그 최고의 좌타자였던 김기태 감독 또한 김 코치와 똑같은 관점이다. 김 감독은 “아무리 전력분석이 정교하게 제공된다고 해도 가장 좋은 전력분석은 자기 자신을 스스로 분석해보는 것이다”며 “매 타석 자신이 친 타구 방향과 상대 투수의 구종, 볼카운트 상황 등을 기록한다면, 그게 누적되면서 결국 맞춤형 전력분석이 된다. 나 또한 현역시절 매번 기록했다. 그리고 경기 전날 상대 투수와 어떻게 맞붙을 것인지 머릿속에 그림을 그렸다”고 자신의 경험을 돌아봤다. 
정의윤 역시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김 감독은 “정의윤 본인이 연구와 노력을 많이 한다”며 지난 5월 29일 잠실 한화전에서 큰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힌 것을 두고 “우측 펜스 앞에서 잡혔으니까 앞으로 어떻게 하면 넘길 수 있을지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연구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다”고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김무관 타격코치 역시 정의윤의 성장에 대해 “좋아지는 과정임은 분명하다”고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아직 멀었다”고 지금의 정의윤이 정점을 찍은 정의윤의 모습은 아니라고 자신했다. 여전히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LG는 20대 타자들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매번 이병규(9번) 박용택 정성훈 이진영에게 모든 것을 다 맡길 수는 없다. LG의 최근 상승세가 클린업트리오에 자리했던 정성훈의 부진을 정의윤이 메우면서 시작된 것만 봐도 그렇다. 확실한 4번 타자 없이 오랜 시간을 보낸 LG가 비로소 미래를 맡길 수 있는 4번 타자를 찾은 것 같다. 
한편 올 시즌 정의윤은 43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1푼6리(136타수 43안타) 2홈런 18타점 OPS .810를 기록하며 커리어 최고의 해를 만들고 있다. 정의윤의 통산 성적은 531경기 타율 2할6푼3리 21홈런 159타점 OPS .67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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