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박태환, 신기록 말고도 넘어야할 벽 많네요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3.06.04 07: 31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박태환 선수(24)가 ‘힐링캠프’에 출연, 세계 신기록을 놓고 경쟁하는 수영 라이벌들보다 자신을 더욱 신경 쓰게(?) 만든 현실의 벽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연애와 인간관계 같은 개인적 문제부터, 수영 연맹과의 불화와 대한민국 수영계의 현실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
지난 3일 방송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의 게스트로 출연한 박태환은 등장과 함께 축구선수 기성용과의 남다른 친분을 과시하며 오는 7월 기성용과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한혜진을 향해 “제수씨”라 부르며 한껏 밝은 모습을 내비쳤다.
하지만 뭐든 원하는 걸 다 얻고 누구보다 행복했을 것이라 생각됐던 ‘마린보이’ 박태환의 밝은 웃음 너머에는 그를 몇 번이고 주저앉게 만들 뻔했던 시련과 고난, 그리고 아픔이 숨겨져 있었다.

20대 초반의 수영선수 박태환에겐, 연애와 인간관계에 대한 문제 역시 풀기 힘든 숙제였다. 한혜진과 결혼을 앞둔 기성용을 “부럽다”고 말한 박태환은 자신의 쉽지 않았던 첫 연애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방송에서의 최초 공개.
박태환은 “첫사랑은 대학시절 만나 2년간 교제했던 사람”이라고 운을 떼며 “고된 훈련으로 어두워지는 나를 밝게 해준 그녀다. 훈련을 못해 우울하게 됐을 때마다 ‘오늘 하루 못했다고 경기력이 나빠지는 건 아니다’고 격려하며 뒤에서 힘써줬던 친구라 고맙게 생각한다”고 연애당시 추억을 털어놨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 같다. 난 못 느꼈는데, 그 친구는 (더 자주) 만나고 싶었던 것 같다”며 헤어진 이유를 밝힌 뒤, "수 차례 매달려도 봤다"고 말할 땐 국가대표 선수로서 평범한 연애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한껏 드러났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 자유형 200m 은메달을 땄을 당시 자신에게 집중됐던 대중들과 연예인들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이후 수영 성적이 저조해지면서 순식간에 사그라졌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무서운 기억”이라 밝혔다.
박태환은 “경기 성적이 좋았을 때 많은 (연예인) 친구들이 주변에 있었다. 근데 2009년에 성적이 저조하니깐 다가왔던 사람들이 없어지더라.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내가 연락해도 (돌아오는) 연락이 없었다”며 “이후 연예인이라면 방어하게 됐다”고 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털어놨다. 자신 역시 당시 ‘스타병’이란 것에 걸린 적이 있고, 매니저의 지적과 충고로 정신을 차린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수영 연맹과의 불화설’에 대해선 “내가 미운 털이 박힌 것 같다”고 솔직하게 느낌을 표현했다. 2012년 하계 런던 올림픽 당시 실격판정 번복 과정에서의 수영연맹의 도움 여부를 전혀 몰랐으며, 수영연맹이 주최한 마스터즈 대회에 이틀 전에 연락받아 불참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 등을 전했다. 연맹회장의 포상금 미지급 과정에서의 문제에 대해 서운함도 드러냈다.
하지만 뒤이어 “오해와 섭섭한 감정은 푸셨으면 좋겠고,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 예뻐해 주길 바란다”는 영상편지로 선뜻 먼저 손을 내미는 대인배의 모습도 내비쳤다.
현실의 벽에 대한 이야기는 뒤이어 계속됐다. 열악한 한국의 수영현실을 꼬집는 내용이었다.
박태환은 “올해 호주 전지훈련을 갔을 때 마이클볼튼 감독이 세계선수권 대회에 출전하자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왔는데 훈련할 곳이 없었다. 서울에 정규코스가 있는 수영장이 많지 않은데다가 모두 꽉 찬 상황이었다. 볼감독이 ‘훈련을 잘하고 있느냐’고 물었을 때 ‘훈련할 곳이 없어서 제대로 (연습을) 소화 못한다’고 답하자 이해를 못했다"고 연습 자체가 쉽지 않은 대한민국 현실을 지적했다.
이 외에도 홈쇼핑 출연 논란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추측과 논란들에 대해서도 방송 내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데 참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올림픽 금메달, 그리고 더 나은 세계 신기록을 위해 조금이라도 수영장 물 속에 들어가 노력하고 애를 써야하는 박태환. 그런 그가 자신을 겨눈 많은 이의 편견과 오해, 논란, 그리고 수영 연맹과의 갈등 등 보이지 않는 벽들을 넘기 위한 물 밖에서 더 이상의 칼로리를 소모하는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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