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12살짜리 소년이 가수 송창식의 광팬이라니. 누구든 팬이 될 수 있는 건데 그런 게 고민이 될 수 있나 싶지만 어머니의 고민은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린 아들이 하루 종일 송창식의 노래만 불러대고 송창식의 팬이 된 이후부터 성적은 90점대에서 60점대로 뚝 떨어졌다. 심지어 송창식 노래를 듣다가 차에 치일 뻔까지 했으니 말은 다했다.
송창식 노래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초등학생 아들을 가진 고민녀는 지난 3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 출연해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하루에도 20-30번씩 송창식의 노래를 열창한다는 이 초등학생은 송창식의 노래에 대해 “흥미롭고 호기심을 자극한다”고 평하며 송창식이 장동건, 조인성 보다 잘생겼고, 걸그룹 보다 좋다고 말했다.
이날 ‘안녕하세요’에는 송창식의 광팬 초등학생 외에도 뭔가를 결정하는데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로 부인을 답답하게 하는 남편, 14년간 몸무게를 줄였다 늘렸다 반복하는 고무줄 체중 남편, 클럽 때문에 학교도 자퇴하고, 직장도 그만 둔 클럽광 친구들이 나와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너무 신중한 성격 때문에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도 긴바지를 입을지 반바지를 입을지 고민하고, 체중변화의 후유증으로 뇌경색이 와 쓰러지기까지 하면서도 자신의 몸으로 실험을 계속하며,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에도 끄떡없는 이들의 모습은 언제나처럼 특이했다.

특이한 사람들, 하면 단번에 떠오르는 프로그램은 SBS 예능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이하 ‘스타킹’)이다. ‘스타킹’에는 가히 기인이라 칭할만한 인물들이 등장해 자신의 놀라운 묘기를 보여준다. 그에 비해 ‘안녕하세요’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주변인들에게 고민을 떠안겨 주는 치명적인 습관이나 자기만의 소신으로 객석에 앉은 사람들이 혀를 차게 만든다. 그럼에도 두 프로그램은 평범함을 벗어난 독특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며 놀라움을 자아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특히 ‘안녕하세요’에 등장하는 출연자들은 매우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그만큼 흔히 보기 어려운 특이점들로 웃음을 준다. 사전에서는 성격이나 말, 행동 따위가 보통 사람과 달리 유별난 사람을 기인이라 칭한다. 그런면에서 '안녕하세요'의 출연자들도 기인들이라 부를 수 있겠다. '스타킹'의 천재들과는 조금 다른 이 일상 기인들이 앞으로도 어떤 활약을 보여줄 지 기대감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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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