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포수 한 명을 키우는 데 5년 이상 소요된다. 그만큼 포수 육성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러한 가운데 경찰청 야구단이 포수사관학교로 각광을 받고 있다.
신인왕 출신 양의지(두산)가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 그리고 경찰청의 안방을 지키는 장성우 또한 입대 전보다 한층 나아진 기량을 과시 중이다. 당장 1군 주전 포수로 뛰어도 손색없을 정도다. 이 뿐만 아니다. 최재훈(두산) 등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량을 갖춘 포수들을 다수 배출했다.
현역 시절 명포수로 명성을 떨쳤던 유승안 경찰청 감독은 "사실 포수를 1,2년 만에 키운다는 게 쉽지 않다"면서 "나도 포수 출신이기에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쉽게 말해 맥을 짚어주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 개개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게 성공 비결. "양의지의 경우에는 능구렁이 같은 면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러한 부분을 최대한 살렸다".

야구에서 완급 조절이 중요하듯 선수 육성에도 강약 조절이 필수다. 장성우는 경찰청에 입대한 뒤 유 감독에게 혼도 많이 났었다. 유 감독은 "아직 한참 멀었다. 자기가 야구 좀 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좀 더 겸손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포수의 첫 번째 덕목은 투수와의 호흡. 장성우는 한 시즌을 치르면서 예전보다 더욱 성숙해졌다. "처음에는 자기 위주의 즉흥적인 사인을 냈었다. 기분이 좋고 나쁘고의 차이가 컸었다. 이젠 사인낼때 신중해졌고 투수의 컨디션을 정확히 파악할 줄 안다". 유 감독은 "장성우가 공수 교대 후 투수와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이 더욱 진지해졌다. 그만큼 투수 리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의미"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다원, 문선엽(이상 외야수) 등 원 소속 구단에서는 미완의 대기에 머물렀던 선수들은 당장 1군 무대에서 뛰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성장했다.
유 감독은 "기술적인 부분을 하나 하나 바꾸는 것보다 마음가짐을 바꾸는 게 더욱 효과적이다. 지도자 입장에서도 훨씬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김다원에게 "트레이드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KIA에는 오른손 외야수가 부족한 만큼 너는 1군에 갈 수 있으니 열심히 하라"고 다독였다. 결과는 성공적. "이후 훈련에 임하는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는 게 유 감독의 설명.
유 감독은 "남들과 똑같이 훈련하면 1군에 갈 수 있을까. 절대 아니다. 이곳에서 살아 남지 못하면 1군 진입은 절대 불가능하다. 죽을 힘을 다해 살아 남으면 1군 무대에서도 얼마든지 통할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정신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흔히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고 말한다. 유 감독 또한 "마음을 움직여야지 몸을 움직이는 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야구는 머리로 한다고 하는데 머리도 아니다. 심장(열정)으로 하는 것이다. 심장을 못 움직이면 아무리 뛰어난 자질을 가졌어도 야구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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