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후 사실상 첫 시즌을 준비하며 개명까지 고민했던 타자는 현재 타율 4위, 장타율-득점 공동 4위, 출루율 5위로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하고 있다. 굳이 이름을 바꾸지 않아도 충분히 잘 풀리고 있는 야구 인생이다. ‘민뱅’ 민병헌(26, 두산 베어스)이 생애 최고의 시즌 초반을 보내면서도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경찰청을 제대하고 지난 시즌 막판 1군에 가세했으나 아쉬움을 비췄던 민병헌은 올 시즌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두산 외야진을 지키고 있다. 3일까지 민병헌의 시즌 성적은 41경기 3할2푼2리(4위) 4홈런 18타점 11도루. 출루율 4할2푼5리로 전체 5위에 장타율도 5할1푼2리로 공동 4위. 득점도 32개로 공동 4위다. 붙박이 출장은 아니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뛰어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2006년 데뷔 이후 경찰청 입대 전인 2010시즌까지 주루 능력과 수비력은 인정받았으나 타격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던 민병헌임을 감안하면 대단한 위력이다. 경찰청에서 2년 간 평균 3할5푼 이상의 정교한 타격을 보여줬다고 해도 1군에서 그만큼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던 민병헌은 절박하게 야구에 달려들어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팀에 공헌 중이다.

얼마 전 민병헌은 “사실 이름을 고칠까도 생각했었다”라는 이야기를 꺼낸 바 있다. 2007년 말 베이징 올림픽 1차 예선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는 등 상승세를 인정받아 2008시즌 개막 전 주전 톱타자로 낙점되었으나 슬럼프와 잇단 부상으로 기회를 놓친 뒤 이후 백업 외야수로 출장했던 만큼 야구 인생이 풀리지 않는 데 대한 답답함이 컸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 점집을 다녀오셨는데 이름 끝을 ‘철’이나 ‘선’자로 바꾸는 것이 어떻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민병헌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살아오고 몇 시즌을 뛰었는데 바꾸기도 그렇고. 일단 올해는 민병헌으로 뛰고 있어요”. 민병철로 개명했더라면 야구 대신 영어를 잘 하는 인상을 비췄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올 시즌 민병헌은 이름을 바꾸지 않고도 새 사람이 된 듯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시절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사실상 가장 노릇을 했던 민병헌이 군 제대 후 더욱 야구에 절박하게 달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만 해도 ‘찬스 상황에서 내가 타석에 들어선다는 것이 어색하더라’라던 민병헌이지만 그의 득점권 타율은 3할8푼5리. 이제는 굳이 이름을 바꿀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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