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주키치, 좌투수 지옥 두산 넘을까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6.04 13: 20

LG 좌완 에이스 투수 벤자민 주키치(31)는 지난 주말 광주 KIA 3연전 당시 팀과 떨어져있었다. KIA 상대로 선발 등판 일정이 잡혀있지는 않았지만 등판 여부와 무관하게 팀과 동행하는 게 보통. 그러나 주키치가 향한 곳은 광주가 아닌 LG 2군이 있는 구리였다. 최근 바꾼 투구폼을 100%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개인 훈련에 임했다. 그러면서 일찍이 4일 잠실 두산전에 초점을 맞췄다.
주키치의 시즌 초반은 험난했다. 제구력 난조로 에이스 역할을 전혀 소화하지 못했다. 삼진과 볼넷 비율이 1:1에 가까웠고 평균자책점은 5점대까지 치솟았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수염을 자르기도 했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한 달이 넘도록 선발승이 실종됐고 결국 지난 5월 13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부진 탈출을 위해 극약처방에 들어간 것이다.
크게 두 가지를 바꿨다. 투구판 밟는 위치가 3루에서 1루 쪽으로 돌아갔다. 주키치는 2011시즌 한국 무대 데뷔후 2012시즌 중반까지 1루 쪽을 밟고 던졌었다. 투구폼에도 변화를 줬다. 축이 되는 왼발의 회전력을 강하게 했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축발이 늦게 떨어지곤 했고 몸이 제대로 회전하지 않아 공이 무디고 공을 놓는 각도가 안 좋았었다. 그러면서 위로 날리는 공이 많았었다”고 진단하며 “주키치에게 직접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해시켰다”고 전했다.

결과는 곧바로 나왔다. 주키치는 1군 복귀 첫 등판이었던 5월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5⅓이닝 1실점으로 41일 만에 선발승을 거뒀다. 탈삼진 6개 무사사구로 마운드 위에서 안정감을 되찾았다. 다음 선발 등판인 잠실 한화전 역시 5⅓이닝 1실점 1볼넷으로 2연승을 달렸다. 우타자 몸쪽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컷패스트볼이 살아났고 높은 볼로 허무하게 볼카운트를 날려버리는 모습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주키치는 “투구판 밟는 위치를 예전처럼 바꾸고 나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최근 컨디션도 좋아지고 있어서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더 긴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고 자신감과 앞으로의 과제를 동시에 밝혔다.
주키치에게 두산전은 부활의 정점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재 5연승을 달리고 있는 팀 상승세와 더불어 운명의 라이벌 두산과 맞이하는 만큼, 이보다 에이스의 귀환을 알리기에 적합한 무대는 없다. 만일 LG가 이번 주중 3연전을 가져간다면, 단번에 3위까지 올라갈 수 있다.  
물론 상대가 만만치 않다. 팀 타율 2할8푼4리 팀 OPS .788로 리그 최강 타력을 자랑하는 두산은 좌투수에게 더 막강하다. 두산 타선은 좌투수 상대 타율 3할3푼5리 OPS .870으로 좌투수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다. 지난 2일 넥센 외국인 좌투수 밴 헤켄도 두산을 상대로 6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홍성흔 민병헌 김현수 이종욱 오재원 정수빈 등 두산 타자들은 좌투수를 마음껏 요리하고 있다.
하지만 주키치는 통산 두산전 12경기 76⅓이닝을 소화하며 4승 2패 평균자책점 2.71으로 두산에 강했다. 지난 4월 7일도 두산을 상대로 6⅓이닝 4실점(3자책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올렸다. 당시보다 지금 컨디션이 낫다고 본다면,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 에이스는 연승을 잇고 연패를 끊는다. 주키치가 팀 6연승을 이끌며 저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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