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헌 “‘개콘’ 박영진, 성우 사실왜곡...진심어린 사과요구”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6.04 17: 01

MBC 성우 정재헌이 성우 비하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KBS 2TV ‘개그콘서트-현대레알사전’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정재헌은 4일 ‘개그콘서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개그콘서트’ 방송 당일에 우리 성우 팬분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이벤트를 종일 하느라 뒤늦게 이번 ‘현대레알사전’ 코너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보게 됐다. 그리고 그에 대해 박영진 씨께 몇 말씀 드리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대한민국 성우들은 우리 나라 방송의 역사와 그 시작을 함께하여 긴 세월 우리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해왔다”면서 “영진 씨께도 어린 시절의 큰 추억으로 남아있을 수많은 외화시리즈들을 비롯해 라디오와 방송 프로그램, 게임, 광고들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 연기를 들려드리고 있다”고 성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정재헌은 “더빙이란 입과 말이 따로 노는 것이라고요? 요즘 코너 소재 찾기가 쉽지 않으셨던가 보다”면서 “본인께서도 과거 극장판 애니메이션 녹음에 참여해 보셨고 그 어려움에 대해서도 인터뷰를 통해 토로하신 적이 있으셨던 것으로 안다”고 불편한 심경을 표현했다.
또 정재헌은 “성우들은 한 편의 외화, 시리즈, 애니메이션 녹음을 위해 집에서 미리 수없는 반복을 통해 캐릭터의 표정, 연기를 분석하고 입길이까지 정확히 맞출 수 있도록 대본을 새로 어레인지하기도 한다”면서 “물론 실수로 미묘한 입길이 차이가 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녹음 중 길이가 짧거나 넘치는 경우 다시 그 부분을 몇 번이고 다시 연기하곤 하는데, 연기에 몰입하다보면 성우와 연출자 모두가 그 미묘한 차이를 미처 못 보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고, 그 신의 연기가 정말 잘 나온 경우 0.5초 정도의 입길이는 더 큰 것을 위해 접어두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성우들이 녹음을 하는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극장판 녹음 하실 때 기억 나시나요?”라면서 “더빙연기에 익숙하지 않으신 연예인 분들을 위해 성우들은 주요 배역의 가이드 녹음까지 해드리기도 한다. 아마 그런 게 있다는 것조차 시청자분들과 관객분들은 거의 다 모르고 계실 것이다. 가이드 녹음을 한 성우들의 이름은 엔딩 크레딧에도 올라가지조차 않는다”고 연예인들이 외국 영화 녹음 과정에서 성우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정재헌은 “물론 연예인분들중에도 정말 프로 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해오셔서 좋은 연기 보여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면서 “그런 분들은 더빙 연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몰랐다며 성우들 정말 대단하시다는 말씀도 해주시며 돌아가시곤 하신다. 하지만 대다수의 연예인분들은 그저 본업외의 아르바이트 정도로 생각하시며 아무런 준비 없이 오셔서 가이드 따라 들으며 적당히 녹음하다 가시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 성우들의 수십배에 달하는 더빙녹음료를 챙겨간다”고 외국 영화 녹음을 하는 일부 연예인들의 불성실한 자세를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하지만 성우들이 녹음을 할 때는 TV에 비해 엄청나게 큰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극장판의 경우 0.5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은 정말 완벽한 입길이까지 맞추기 위해 수도 없이 같은 신을 연기하며 주연의 경우 1시간 반 내외의 작품을 위해 20시간 가까이 녹음을 하기도 한다”면서 “아마 박영진 씨께서 그런 녹음 현장을 실제로 보셨다면 아마 결코 이번같은 개그는 하지 못하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설렁설렁 와서 더빙하고 어마어마한 더빙연기료를 홍보의 대가로 받아가선 ‘마치 진짜 성우 같은 연기를 펼쳤다’며 인터뷰한 기사들을 보면 이 일을 사랑하며 애정을 가지고 항상 연기하는 성우로서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억누르기 힘든 화가 날 때도 있다”고 분노했다.
정재헌은 ‘개그콘서트’ 팀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개그를 다큐로 받아치는 게 아니다”면서 “‘개그콘서트’에서 종종 보여주던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풍자와 비평의 개그들은 저 역시 무척이나 사랑했다. 하지만 이번 ‘현대레알사전’에서 보여준 개그는 사실 왜곡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랫동안 더빙과 성우를 사랑해오신 많은 분들이 분노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사과 요구 이유를 밝혔다.
그는 “수많은 선진국들이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과 시각 장애인, 노인과 어린이에 대한 배려를 가지고 TV뿐만 아니라 극장 상영 외화까지 모두 더빙을 하고 있다”면서 “그렇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다양한 국민들이 시청하는 공중파 방송사에서는 시청자들이 자막과 더빙 중 원하는 것, 자신에게 더 필요한 것을 선택해 볼 수 있도록 더빙이 필수화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지금 방송 외화마저 거의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성우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이번 방송을 보고 정말 크게 씁쓸한 맘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정재헌은 “비하의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보는 사람들이 그걸 사실로 오해하게 만들었다면 그건 비하와 다름 없다”면서 “진심이 담긴 사과 한마디면 충분하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박영진 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코너를 써준 작가님, 최종 컨펌해준 피디님 모두 계시지만 그 분들이 전면에 나서기는 힘드실테니 박영진 씨께서 대표로 사과해주시길 바라는 것이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와이프가 박영진 씨의 개그를 참 좋아한다. 그리고 나 역시 개그를 사랑하고 ‘개그콘서트’를 통해 큰 즐거움을 느끼는 한 명의 시청자로서 앞으로 ‘개그콘서트’의 그리고 ‘현대레알사전’의 박영진 씨의 재기발랄한 해학과 풍자가 가득 담긴 멋진 무대! 앞으로 기대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앞서 박영진은 지난 2일 방송된 ‘현대레알사전’에서 TV에서 방영되는 외국 영화에 대해 “입과 말이 따로 노는 것”이라고 설명해 성우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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