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혈질’ 레바논 관중들, 레이저 대신 휘파람 공격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06.05 04: 37

레바논 관중들의 홈텃세는 역시 소문대로였다.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월드컵 최종예선전이 5일 새벽(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샤밀 카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이날 레바논은 경기장을 무료로 개방했다. 정규군과 반군의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스포츠로 국민들의 마음을 풀어주겠다는 생각이었다.
경기장은 수백 명의 무장군인들이 둘러싸 만반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국취재진과 교민응원단은 따로 VIP통로로 입장했다. 방탄유리로 둘러싸여 군인들의 호위를 받는 지역이었다. 반면 레바논 시민들은 반대쪽 관중석에 입장해 서로 충돌할 일이 거의 없었다.

약 1만 5천여 명 정도가 모인 레바논 관중들의 악명은 소문 이상이었다. 전반 막판 한국이 프리킥 기회를 얻었다. 이에 1만 5000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일제히 휘파람을 불었다. 귀가 따가울 정도의 소음이었다. 김치우의 슈팅이 아깝게 골키퍼에게 막히자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국제축구연맹의 제지로 경기장 안에서 폭죽이 터지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 레바논 시민들은 경기장 바깥에서 쉴 새 없이 폭죽을 터트렸다. 폭죽이 펑펑 터질 때마다 한국취재진들은 긴장했다. 레바논 사람들은 별 일 없다는 듯 태연했다.
레바논은 전반 12분 하산 마투크가 선제골을 터트렸다. 기대치도 않았던 선취득점에 관중들은 일제히 흥분했다. 레바논이 1-0으로 앞서가자 응원은 더 거칠어졌다. 만 여 명이 일제히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거나 고함을 내질렀다. 한국의 슈팅이 실패할 때마다 한국취재진을 조롱하는 관중들도 있었다. 모든 것이 한국에 불리한 분위기였다.
전반 종료직전 이동국의 슈팅이 골대를 넘어가자 안도의 한숨의 쉬기도 했다. 1-0으로 전반이 끝나자 박수소리가 요란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레바논의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자 욕설이 오고갔다. 레바논은 승리가 확정적인 추가시간이 되자 함께 노래를 열창했다.
이 때 김치우는 추가시간 프리킥을 터트렸다. 그렇게 시끄러웠던 경기장은 조용해졌다. 흥분한 레바논 관중들은 욕을 퍼부었다. 흥분한 관중들은 한국선수단을 향해 물병을 투척하기도 했다. 반면 레바논 선수들에게는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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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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