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일보직전에 기사회생이었다. 김치우(30, 서울)의 왼발이 없었다면 축구국가대표팀은 또 한 번 레바논 참사를 겪을 뻔 했다.
김치우는 5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베이루트 샤밀 카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 레바논전에 선발 출전, 0-1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프리킥 동점골을 넣어 팀의 1-1로 무승부를 이끌었다.
후반 추가시간 아크서클 근처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왼발로 감아 찬 김치우는 그토록 열리지 않던 레바논의 골문을 열었다.

90분 동안 3번의 골대불운과 결정력 부족에 번번이 고개를 떨궜던 대표팀에게 김치우의 한 방은 '2차 베이루트 참사'를 벗어나게 해줬다. 더구나 대표팀이 기사회생, 8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드리울 수 있었던 검은 먹구름을 걷어낸 것이었다.
한국은 지난 2011년 11월 같은 장소 베이루트에서 참사를 당했다. 1-2로 패하면서 당시 사령탑 조광래 감독이 물어나야 했다. 그런 악몽이 모락모락 나타날 때 김치우가 구세주로 나선 것이다.
김치우의 득점으로 한국은 3승 2무 1패(승점 11, 골득실 +6)을 기록하며 경기를 치르지 않은 우즈베키스탄(3승 2무 1패, 승점 11, 골득실 +2)을 2위로 밀어내고 조 선두에 복귀했다. 비록 1점이었지만 반드시 필요한 승점이었다. '경쟁자' 이란이 앞서 열린 카타르전서 승리, 3승 1무 2패(승점 10, 골득실 +1)를 기록하며 추격해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일정을 봐도 김치우의 왼발 프리킥은 극적이었다. 조 2위지만 버거운 상대 우즈베키스탄(11일)과 조 3위지만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이란(18일)을 연달아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남은 2번의 홈경기 중 한 경기만 이겨도 사실상 브라질행을 확정지을 수 있다. 김치우의 왼발이 만들어낸 긍정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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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