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가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KBO는 최근 경남 창원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KBO는 신생팀 NC 다이노스 연고지인 창원시와 신구장 건축 문제를 놓고 법정소송까지 가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KBO는 그동안 창원시를 상대로 NC 다이노스 구단 유치 당시 약속했던 신구장 건축에 대해 명확한 청사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창원시는 2011년 3월 프로야구단 유치 때에는 5년내(2016년 3월까지) 신구장을 만들겠다고 밝혔고 연고지 구단이 된 NC 다이노스는 약속이행금조로 KBO에 100억원을 예치했습니다. 2015년까지 창원시에 NC 구단이 새로운 홈구장으로 활용할 야구장이 신축되지 않으면 예치금 100억원은 NC가 돌려받지 못한 채 KBO에 귀속된다고 합의서에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창원시는 신구장 건축 계획을 차일피일 미뤄오다가 지난 해 말 후보지 3곳 중에서 가장 열악한 곳으로 평가되던 옛 진해 육군대학부지를 선정했습니다. KBO를 비롯한 야구계에서는 진해 후보지는 교통 및 인구, 야구인기도 등 제반여건을 감안할 때 야구장을 짓기에는 무리라며 창원시에 재고를 요청했습니다. 더불어 신축구장 선정과정과 관련한 정보공개청구를 제기했으나 창원시는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그에 따라 KBO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외부전문기관에 의뢰해 자체 타당성조사까지 벌일 계획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KBO는 “창원시와 감정싸움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프로야구단을 처음 유치할 때 약속했던 사안을 제대로 이행해달라는 것”이라며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KBO와 창원시가 이처럼 평행선으로 맞서자 일부에서는 현재 사용중인 마산구장으로도 충분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기도 합니다. 지금으로 볼 때는 일리가 있기도 합니다. 2011년 깔끔하게 리모델링한 마산구장은 입장권 매진이 되면 1만4164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크기로 볼 때 대전, 대구, 광주 구장 등과 큰 차이가 없는 규모입니다.
하지만 NC가 앞으로 명문구단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2만7600명 수용의 인천 문학구장 규모는 돼야 합니다. 장기임대계약을 맺고 야구장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올려야 야구단의 생존 바탕이 될 수 있습니다. 일예로 요즘 문학구장처럼 최고 인기좌석인 박스석 등이 많아야 안정적인 입장권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NC 다이노스에 2만5000명 이상 수용의 박스석이 제대로 설치된 새로운 홈구장이 필요한 것입니다. 박스석과 고급좌석을 더 많이 만들면 현재 가치로 계산할 때 구단으로서는 연간 20억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한화 이글스는 대전구장에 52만 명이 입장해 관중수입 43억 원이 조금 안됐습니다. 박스석 등 다양한 고급좌석이 없는 대전구장에서 올린 수입으로 NC가 박스석 등이 잘 갖춰진 신구장을 장기임대해서 활용하면 60억 원을 넘어 80억 원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박스석 등이 제대로 갖춰진 문학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는 SK 와이번스는 지난 해 107만여명이 입장해 87억6000만원 의 입장수입을 기록했습니다. NC가 제반여건이 좋은 곳에 새로운 홈구장을 갖게 된다면 문학구장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정도 수입이 한 해 250억 원 안팎을 쓰는 야구단 운영비에는 3분의1 정도밖에 안되는 금액이지만 그래도 마산구장에 비하면 20~30억 원 이상을 더 벌 수 있습니다. 야구단으로서는 자생할 수 있는 기반자금이 더 생기는 셈입니다.
신축야구장이 어느 곳에 언제 생기느냐하는 문제는 사실 연고지 프로야구단이나 KBO 뿐만아니라 지역 야구계 및 야구팬들에게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좀 더 안락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새야구장에서 야구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야구팬들에게는 최고의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또 지역야구계도 수익구조가 안정적인 프로야구단이 지역에 자리잡고 있어야 계속적인 지역 야구발전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마산 창원지역 야구인들과 야구팬들이 적극적으로 신축야구장 문제를 따져봐야 합니다. 연고지 야구단의 자생기반 마련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지역 야구계 및 팬들을 위해서도 중요한 신축 야구장이 가장 편리한 곳에 빨리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는 전체 야구계 활성화를 위해 KBO 혼자 창원시에 맞서 싸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마산창원야구인들과 야구팬들이 창원시를 압박해야 합니다. 결국 시민의 세금이 대거 투입되는 새야구장이 시민들의 편리한 레저생활과는 동떨어진 곳에 생긴다면 지역 야구인 및 야구팬들에게는 손해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야구 인기도, 교통 여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마산이나 창원보다 떨어지고 부지확보도 확실치 않은 곳에 야구장이 생기는 것은 연고지 구단 NC나 지역 야구계 및 팬들 모두 손해입니다.
진해육군대학 부지는 국방부에서 대체지를 제공하지 않으면 내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2015년까지 야구장이 생길지 의문입니다.
때문에 지역 야구인들과 야구팬들이 힘을 모아 창원시에 야구장 신축을 위해 제대로 움직이도록 해야 합니다. 서명 운동을 비롯해 1인 시위 등 창윈시를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야구장 신축 약속을 대내외에 공표하고 후보지를 선정하고도 떳떳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창원시를 향해 공정행정을 요구할 수 있는 주체는 창원시민들입니다.
NC 다이노스가 신생팀임에도 불구하고 투혼을 발휘하며 선전, 막내구단이지만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주며 인기몰이 중입니다. 지난 달 연휴였던 17, 18일에는 이틀 연속 마산구장이 매진될 정도로 마산창원지역 야구인기는 높습니다. 예전부터 마산팬들의 야구사랑은 어느 지역보다 뜨거웠습니다. 열정적인 지역야구계와 야구팬들이 앞장서서 창원시에 투명한 행정으로 야구장을 지을 것을 요구해야할 때입니다.
물론 진해발전을 위해 그 지역에서는 야구장이 진해쪽으로 와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진해지역 정치인들은 KBO에 '연고권 박탈하고 책임지라'는 항의를 하고 있습니다. 예치금 100억 원을 날릴지도 모를 위기에 놓인 연고 구단인 NC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세입자 처지인 구단으로선 '슈퍼갑'인 창원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일부에서는 현재 야구장 그대로, 또 진해정치인들은 '야구인기나 흥행보다는 지역발전'을 위해서 진해쪽에 야구장을 신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산 지역 정치인들은 현재 선정된 부지 철회 및 마산을 창원시에서 분리하자는 주장까지 나오며 진해쪽과 대립하고 있습니다.
양지역간의 주장에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그룹이 운영하는 야구단도 한 순간에 사라지기도 하는 국내 현실에서 야구단의 최소 생존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야구장이 여건이 좋은 곳에 지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지역 야구단이 생존하고 발전해 지역 야구팬들의 여가선용의 장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