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다. 1378일 만에 복귀전을 가진 손민한(38, NC)이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아직 자신이 건재함을 증명하며 1407일 만에 감격적인 승리를 따냈다.
평소 주중 경기에는 7000명 정도의 관중들이 모이는 마산구장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예매 추이부터가 심상치 않더니 1만1759명의 관중들이 경기장을 거의 가득 메웠다. 올 시즌 주중 3연전 경기에서는 가장 많은 관중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손민한이었다. 영원한 에이스로 기억되는 이 특별한 사나이의 등판을 보기 위해 마산 팬들은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그리고 손민한은 언제나 그랬듯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손민한은 5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날 선발 등판을 결정한 김경문 NC 감독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기대 이상의 호투였다. 최고 구속은 145㎞로 전성기 구속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더 고무적인 것은 면도날 제구력이 여전했다는 것이다.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는 좀처럼 실투가 없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정진식 NC 전력분석원은 “안정된 투구를 했다. 특히 바깥쪽 직구의 위력이 있었다”면서 “4회 2개의 삼진을 잡을 때의 공은 전성기 못지않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손민한은 4회 이재원 박정권에게 연속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이재원은 바깥쪽 꽉 찬 공으로, 박정권은 낮은쪽 꽉 찬 공으로 타자들을 얼어붙게 했다. "역시 손민한"이라는 찬사가 절로 나오는 제구였다.
수비력도 건재했다. 2회 무사 1루에서는 박정권의 1루수 앞 땅볼 때 호수비를 펼쳤다. 비록 유격수 노진혁의 송구가 조금 빠지며 병살로는 연결시키지 못했지만 손민한은 자신의 탓이라며 한참 어린 노진혁을 격려했다. 그 이후 2회 2사 1,2루에서는 박경완의 투수 앞 타구 역시 글러브를 뻗어 공의 속도를 줄인 뒤 여유 있게 송구하며 이닝을 마쳤다. 베테랑다운 침착함이었다.
손민한이 이날 성공적인 투구를 보임에 따라 NC 마운드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손민한이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대신 이재학을 마무리로 보낸 NC다. 잘 던지던 이재학을 뒤로 돌린 것에 대해 다소 우려가 있었지만 손민한이 이와 같은 경기를 꾸준하게 보여줄 수 있다면 앞쪽의 타격도 크지 않을 수 있다. 선발 전력을 유지하면서 뒷문까지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모로 손민한이 팀의 구세주로 느껴지는 경기였다. 마산 팬들의 환호에서도 이를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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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