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요일’ 두산, 과정은 좋았는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6.05 21: 57

또 수요일 경기를 패했다. 9패 째 경기 과정을 돌아봤을 때 분명 완패가 아닌 만큼 의미가 있었으나 결과는 결국 패전으로 이어졌다. 두산 베어스가 올 시즌 개막 후 수요일 경기 9차례를 모두 패했다.
두산은 5일 잠실 LG전서 중후반 추격 고삐를 당겼으나 결국 경기를 뒤집지 못하고 3-5로 석패했다. 이날 패배로 두산은 시즌 전적 25승1무23패를 기록한 동시에 4연승 행진을 마감했다. 2013시즌 개막 후 두산은 9번의 수요일 경기를 모두 패하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수요일 일정에는 모두 승리를 뜻하는 흰 점이 아닌 패배의 검은 점 9개가 찍혔다.
올 시즌 두산의 수요일 잔혹사는 8번째 경기까지 처절했다. 지난 5월 8일 문학 SK전서 10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12-13으로 역전 끝내기 패배를 당한 것이 바로 수요일 경기였다. 4월 3일 잠실 SK전에서는 1회 무사 만루에서 무득점에 그치는 수모 속 1-4로 패했다.그리고 4월 10일 광주 KIA전에서는 연장 12회말 나지완의 끝내기 솔로포로 3-4 패했다. 5월 29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선발 노경은이 128구 역투를 펼쳤으나 0-3으로 패했다. 모두 수요일 경기였다.

그리고 6월 5일 수요일 경기가 3-5 석패로 이어졌다. 결과는 나빴으나 과정은 나쁘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두산은 상대 선발 우규민이 제구력을 앞세운 기교파 투수임을 감안, 기다려서 불리한 볼카운트를 자초하기 보다 존에 들어오면 빠르게 대결을 가져가는 쪽으로 노선을 잡았다. 우규민은 전날(4일)까지 51⅓이닝 동안 단 12개의 사사구를 허용해 이닝 당 0.234개의 사사구로 규정이닝 투수 중 가장 적은 사사구 허용을 자랑했다. 그만큼 두산 타선은 경기 전 도박을 예고했다.
결과는 아쉬웠다. 빠른 대결을 생각하고 나선다는 것은 결국 모 아니면 도이기 때문. 잘 되면 대박이지만 안 되면 투수의 투구 소모도를 줄여주는 결과가 된다. 다소 이르게 마운드를 내려간 우규민은 5이닝 67구 2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렇다고 과정 없이 우규민이 공을 적게 던지게 한 것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 결과론에만 기대어 무턱대고 비난하기도 무리가 있다. 경기 전부터 타자들이 제구 좋은 선발투수를 감안해 노선을 잡고 나섰기 때문이다.
선발 김선우는 3회 박용택에게 만루포를 맞고 4실점하며 물러났으나 뒤를 이은 김상현은 분전했다. 개막 후 5선발 스윙맨으로 나서던 김상현은 휴식 후 등판해 3이닝 33구 1피안타 무실점으로 추격전의 발판을 놓았다. 그리고 4회 허경민의 1타점 땅볼에 이은 6회 허경민의 1타점 우전 안타, 7회 김현수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 씩 야금야금 쫓아갔다. 김현수의 희생타 후에는 홍성흔이 유격수 쪽 깊은 타구를 때려낸 뒤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파이팅을 보여줬다.
그러나 결국 상대를 넘어서지 못하며 수요일의 벽도 넘지 못했다. 8회초 2사 3루에서는 김재호가 상대 마무리 봉중근의 공을 잘 밀어쳤으나 우익수 정의윤이 호수비로 걷어내며 공수교대를 이끌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분명 좋지 않다. 상대 선발투수의 수에 다소 빨리 말려들었고 수요일 징크스를 깨지 못했으니까. 그러나 만루포 허용 이후 과정을 보면 결코 두산이 완패를 자초한 경기는 아니었다. 두산 선수단은 5일 석패에 대해 수요일 9연패를 먼저 염두에 둘 것인가. 아니면 중후반 추격전 전개에 의의를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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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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