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빨리 타구를 처리해야 하는 때를 제외하면 한 타이밍을 늦추고 안정적으로 송구하고자 합니다”.
2008년 캐나다 세계 청소년 선수권 우승을 합작했던 멤버를 포함한 당시 유망주들은 현재 한국야구의 현재이자 미래다. 특히 이 또래 중 거물급 유격수들이 대거 배출되어 한국야구를 살찌우고 있다. 아직 미완의 대기로 평가받는 LG 트윈스의 주전 유격수 오지환(23) 또한 한국 야구가 주목하는 현재이자 미래다.
2010시즌부터 LG의 주전 유격수로 중용되어 좌충우돌하며 경험을 쌓고 있는 오지환은 올 시즌 49경기 2할7푼4리 6홈런 21타점 10도루 9실책을 기록 중이다. 9개 구단 야수들 중 최다 실책이라는 점은 아쉽지만 수비 범위 면에서는 국내 굴지에 꼽히며 빠른 발과 일발장타력을 지닌 운동능력 좋은 야수다. 야구에 달려드는 마음가짐도 좋은 만큼 현장이 주목하는 유망주다.

5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오지환은 동료 정의윤과 배팅 케이지 근처에서 밴드를 허리에 걸치고 1-1 몸씨름을 하듯 버티기를 하기도 했다. 떨어지는 변화구에 성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타격 스탠스를 잡을 수 있도록 하고자 놀이 비슷하게 훈련에 임한 것이다. 4월 한 달 간 3할3푼3리 5홈런 12타점에 17삼진 14사사구로 맹타를 보여주던 오지환은 5월 2할4푼5리 5타점 20삼진 8사사구로 페이스 하락을 겪었다. 특히 떨어지는 변화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 아쉬웠다.
“최근 삼진이 많아져서 고민도 컸어요. 마음이 급해지니 일단 맞추는 데 급급해 성급하게 방망이가 나가는 경우도 많았고 그러다보니 타율 등이 점차 떨어지더라고요. 초반에 내야안타도 많이 나오다보니 급급했던 것도 있는 것 같고”.
심적 여유를 찾고 가장 바람직한 타격을 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오지환이 우선시하는 것은 바로 ‘기본기’. 성급하게 투수의 공을 따라가다 헛스윙이 남발하는 타격보다 기다리며 보다 안정적인 타격과 출루를 꾀하고 있다. 5일 두산전서 오지환은 2타수 무안타를 기록했으나 두 개의 사사구를 얻었고 8회말에는 선두 타자로 나서 1-2 불리한 볼카운트에서 볼 세 개를 골라내며 출루했다. 오지환은 이후 정의윤의 우중간 3루타로 홈을 밟으며 5-3 쐐기 득점을 올렸다. 팀이 한 점 차 박빙 경기를 치르다 숨을 돌릴 수 있게 한 쐐기점이다.
“타격 뿐만 아니라 수비할 때도 기본에 충실하면서 다급하게 나서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요즘은 그래서 포구 후 웬만하면 한 타이밍을 늦춰서 송구하고자 합니다. 어쩔 수 없이 빨리 송구해야 할 때를 제외하면 되도록 한 타이밍을 늦추고 보다 안정적으로 던지고자 해요”.
유망주는 쉽게 크지 않는다. 조급한 마음으로 부담과 과한 의무를 주고 ‘왜 빨리 올라서지 못하는가’라고 다그쳐 유망주가 스타 플레이어가 된 전례는 반대 경우보다 훨씬 적다. 선수 스스로 성실하게 기량을 갈고 닦을 수 있고 너무 늦지 않게 기다려줄 수 있는 환경을 갖춰놓았을 때 비로소 묘목은 커다란 나무로 자라게 마련이다. 오지환은 더욱 큰 나무가 되기 위해 성실함이라는 소프트웨어에 성급함 대신 기다림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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