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분위기를 생각하면 쉽게 1군 전열에서 제외할 수 없는 투수들. 그러나 예년 같지 않은 직구 구위로 인해 시즌 초중반 고전이 이어지고 있다. 메이저리거 출신으로 국내 무대 입성 6년차가 된 동갑내기 베테랑 김선우(36, 두산 베어스)와 서재응(36, KIA 타이거즈)의 부활은 언제쯤 이뤄질 것인가.
김선우와 서재응은 공교롭게도 모두 같은 날 패배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김선우는 5일 잠실 LG전서 1,2회를 무실점으로 막았으나 3회 1사 만루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박용택에게 우월 선제 결승 만루포를 허용하며 3이닝 5피안타 1피홈런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다. 서재응도 같은 시각 사직 롯데전서 3⅔이닝 8피안타 4실점으로 고개를 떨궜다.
둘은 ‘코리안특급’ 박찬호(전 한화)에 이어 조진호(전 삼성) 등과 함께 메이저리그 진출 초창기 멤버들이다. 김선우는 고려대 2학년 시절이던 1997년 보스턴에 입단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인하대 에이스 서재응은 뉴욕 메츠과 계약을 체결했다. 156km의 직구를 구사하던 김선우는 콜로라도 시절이던 2005시즌 배리 본즈가 버틴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쿠어스필드 완봉승을 거두는 등 그 해 6승을 기록했으며 서재응도 2003시즌 9승, 2005시즌 8승을 거두며 커리어를 쌓았다. 그리고 2008년 자신들의 연고팀에 나란히 입단한 절친이다.

초반 과도기를 겪기도 했으나 어느새 각자 소속팀에 없어서는 안 될 에이스가 되며 공헌도를 높였던 김선우와 서재응. 그러나 수은주가 급격히 올라가는 시기 그들의 마음에는 매서운 삭풍이 불고 있다. 김선우는 시즌 초반 불운과 최근의 슬럼프가 겹치며 9경기 2승6패 평균자책점 5.77을 기록 중이다. 초반 선발로 자기 몫을 해내던 서재응은 최근 두 경기에서 14실점하는 등 4승4패 평균자책점 5.55로 고전하고 있다.
무엇보다 직구 구위 하락 현상이 뼈아프다. 2010시즌부터 150km대 강속구보다 140km대 중반의 직구와 변화구를 섞어 투구 패턴 변화로 안정감을 주며 2011시즌 16승을 거두기도 했던 김선우는 연이어 흔들리고 있다. 5일 LG전에서 최고 구속 143km는 차치하고 특유의 무브먼트가 아쉬웠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타 구단 스카우트는 “김선우의 직구 구위가 예년보다 떨어지면서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기지 못하고 있다”라며 현재 슬럼프를 지적했다.
지난해 선발 44이닝 연속 무실점 신기록을 세웠던 서재응의 경우도 마찬가지. 한국 무대 입성 초기 ‘컨트롤 아티스트’로 알려졌으나 140km대 후반의 속구도 자주 구사했던 서재응은 최근 들어 직구 평균 130km대 중반의 경기가 많아지고 있다. 5일 롯데전에서도 4회말 2사까지 잘 잡았으나 6명을 연속 출루시키면서 무너졌다. 박종윤에 우익선상 2루타, 김대우에 볼넷을 내준 서재응은 장성호에 중전 적시타를 맞더니 신본기-박준서에게 다시 연달아 적시타를 내줬다.
팀워크를 생각하면 이들을 쉽게 전력에서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사실. 김선우는 후배들에게 좋은 이야기는 물론 때로는 애정 어린 충고도 섞으며 다독이는 투수진의 맏형이다. 최향남, 유동훈에 이어 KIA 투수진 서열 3위인 서재응은 익히 알려졌다시피 더그아웃의 쾌활한 치어리더고 지금은 새로운 선수협 회장이다. 선수들의 규합을 위해 꼭 필요한 형님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호락호락 하지 않다.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지키는 입장에서 예년의 위력 가까이 회복하지 못한다면 팬들의 원성과 비난 공세는 피할 수 없다. 결국 위기에 빠진 형님들이 스스로 살아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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