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 재구성’ 김경문 승부수 통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6.06 10: 00

4년 가까이의 공백이 있었던 투수를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킨다는 것은 말 그대로 도박이다. 잘 던지던 선발 투수를 마무리로 돌리는 것도 마찬가지 위험부담이 있다. 그러나 김경문 NC 감독은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이 승부수에는 충분한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NC는 5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11-5로 완승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1378일 만에 1군 복귀전을 가진 손민한의 화려한 비상이었다. 손민한은 이날 5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복귀전에서 감격적인 승리를 따냈다. 146㎞의 최고 구속은 물론 여전한 제구력까지 과시하며 희망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손민한은 적은 나이가 아니다. 나이와 경험을 생각하면 오히려 불펜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경문 감독도 이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 번 공을 던지면 회복이 아무래도 더딘 손민한의 상태를 생각해 선발로의 활용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팀 내 선발 투수 중 가장 페이스가 좋았던 이재학을 마무리로 돌리는 결단을 내렸다. 

잘못 하면 토끼를 모두 놓칠 수 있는 도박이었다. 손민한이 선발로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재학이 생각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재학이 마무리로 연착륙하지 못한다면 이 역시 손해 보는 장사일 수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자신의 구상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선발 손민한’의 가능성을 봤다. 아직 이재학은 등판 기회가 없었지만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생각하면 적어도 지금까지의 마무리보다는 낫지 않겠느냐는 평가다.
이재학의 마무리 전환에는 장기적인 구상도 포함되어 있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 중 하나를 마무리로 돌리는 것도 생각해 봤다”라고 했지만 국내 선수에게 마무리를 맡겼다. 이적이 빈번한 외국인 선수의 특성상 장기적인 그림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중간 투수들의 심리적 안정도 노렸다. 김 감독은 “이재학이 뒤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간 투수들도 좀 더 편하게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만약 이 도박이 성공한다면 NC는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도 있다. NC는 최근 외국인 투수(아담, 찰리, 에릭)이 점차 나아지는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이태양도 선발 연착륙에 성공한 상황에서 손민한까지 가세했다. 여기에 팀의 고질병 중 하나였던 뒷문에 이재학이 보루가 된다면 전반적인 마운드의 짜임새가 좋아진다. 마운드 안정은 더 좋은 팀 성적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김 감독의 승부수가 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출발은 좋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